[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전월세값이 급등하면서 전체 가계소비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식음료 지출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계수와 함께 가계소비의 질적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주거비 비중까지 늘어 삶이 더 팍팍해졌다.
27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계총소비지출 가운데 주거비가 차지히는 비중을 말해주는 슈바베(Schwabe) 계수는 지난해 10.15%를 기록,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좁은 의미의 슈바베 계수에는 주거임대비와 수도, 광열비 등 주거 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소비만 포함된다. 여기에 가구 가전 등의 집기까지 포함해 광의로 정의하기도 한다. 보통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슈바베 계수가 이렇게 상승한 것은 전월세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 통계청이 집계한 집세가격지수는 2009년에 전년대비로 1.6%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2010년에는 1.9%, 2011년에는 4% 올랐다. 국민은행의 전세가격 지수 역시 2009년 9월 이후 꾸준히 상승, 최근에는 두자리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도 주거비용 증가 요인이다. 에너지 수입물가는 2009년 21.5% 하락했지만 2010년 15.8% 올랐고 작년에는 27.7% 뛰었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 등 국내 에너지 관련 품목의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의 주거비 지출 부담을 늘렸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실질소득 정체로 가계 구매력 저하, 문화나 레져 등의 선택적 소비지출 감소로 인한 반사효과 등도 슈바베 계수 상승 요인으로 꼽혔다.
문제는 식음료비보다 주거비에서 소득 계층간 격차가 뚜렷하다는 것. 지난 해 소득 1분위와 5분위간 엥겔계수 차이는 8.97%포인트로 2010년 9.02%포인트보다 낮은 상황이다. 그러나 슈바베 계수는 8.50%포인트의 차이를 보여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주거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소득층에 보조금과 세제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차인 보조금 확대, 저리 융자 자금 확대, 주거 관련 난방비에 대한 유류세 감면 등을 제안했다.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임대시장을 활성화해 전월세 비용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 구매력을 높여야 한다고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