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자들)또 다른 주택투자, 폐교

  • 등록 2004-12-28 오후 12:45:11

    수정 2004-12-28 오후 12:45:11

[뉴욕=edaily 안근모특파원]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시골에서는 학생수를 채우지 못해 문을 닫는 학교가 줄을 잇고 있다. 관리할 돈도 철거할 돈도 없는 지자체에게는 여간 골치덩이가 아니다. 그러나 주택 투자로 한 몫 단단히 챙긴 미국의 부자들에게는 시골의 폐교(廢校)야말로 새로운 투자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값이 상당히 싸다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땅덩어리가 상당히 커 쓸모가 많고, 대부분 100년 가까이 된 건물은 대체로 아름답기까지 하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는 용도변경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하고 일부는 세금혜택까지 주는 등의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실수요자가 없다면 죽은 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최근에는 주거나 상업적인 용도로 폐교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니 박자가 척척 맞아 떨어진다. 최근 로스엔젤레스타임즈지에 소개된 아처트씨 부부는 `색다른 주거지`로 폐교를 선택한 사례. 1학년 교실은 안방으로, 여학생용 라커룸은 샤워실로, 6학년 교실은 땔나무 창고로 쓰고 있다. 아처트 부부는 시애틀 외곽에 위치한 3만 평방피트 규모의 이 학교를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를 통해 단돈 2만5000달러에 구입했다. 부인인 구엔 아처트 씨는 "2만5000달러가 혹시 계약금을 얘기하는 게 아닌지 세 번이나 전화를 걸어서 확인했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폐교에 살기로 작정한 것은 번잡한 도시생활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집 밖에는 푸른 들판이 펼쳐져 있고, 그 흔한 맥도날드 햄버거도 이 곳에서는 한 시간을 달려 나가야 먹을 수 있다. 올해 35살로, 녹음장비 만드는 일을 하는 남편 올리버 아처트 씨는 "시애틀에 있을 당시 우리는 단지 존재했을 뿐이었지만, 여기에 온 뒤로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10여개의 폐교가 이베이에 매물로 나왔고, 지금도 7개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엔진 매매업을 하는 캔사스주의 수잔 아자렐라 씨(33세)는 인구 210명에 불과한 맥크래큰시의 폐교로 회사를 이전했다. 비용절감 효과가 하도 커 손에 꼽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피닉스시에 있을 당시에 비해 토지 비용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땅 크기는 세배로 넓어졌다. 그래서 기존 사업은 중학교 건물에서만 하고, 초등학교 건물에서는 소규모 맥주 양조장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베이를 통해 두 건물을 사는데 든 돈은 4만9500달러. 매물로 나와 있는 미국의 한 폐교..850평 규모에 평당 11만원 폐교의 가치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호가 단위도 커지고 있다. 지금 이베이에 나와 있는 7개 학교 가운데 제일 낮은 금액이 5만달러(평당 16만원선). 5600평짜리 학교는 475만달러, 우리돈으로 약 50억원에 `팔자`가 올라와 있다. 평당 90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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