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진철기자]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재계와 국민들의 애도, 그리고 유족들의 오열속에서 8일 선친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곁에 영면했다.
고 정 회장은 선친 타계 이후 유지를 받들어 남북통일의 밑거름이 될 대북사업에 전념하다, 뜻하지 않게 닥쳐온 고초들을 견뎌내지 못하고 2년반여만에 불귀(不歸)의 길을 떠났다.
정 회장의 영결식은 8일 오전 8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잔디광장에서 2000여명의 추모객들이 애도하는 분위기에서 열렸다.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의 약력보고, 고인 영상물 상영, 추모사, 조전 소개,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정 회장과 함께 대북사업을 이끌어 온 김윤규 사장은 "고 정몽헌 회장은 현대에서 회장직을 역임하시고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사업 등 다양한 남북경협사업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왔다"며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남북관계 개선에 큰 족적을 남긴 기업가"라고 소개했다.
이어 고인의 그간 활동을 담은 동영상이 5분간 방영됐다. 영상물은 서울 청운동 저택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비롯해 출생에서부터 성장기를 거쳐 경영자로서, 대북사업 기업인으로서 살아온 길을 담았다.
이어 손길승 전경련 회장, 박홍 서강대 이사장, 도올 김용옥씨의 추모사 낭독이 있었다. 손회장은 추도사에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 비보에 황망한 마음을 금할 수 없는데 오늘 회장님의 영전 앞에 다시 서니 가슴이 메어질 뿐"이라며 애통해 했다.
손 회장은 "아직도 갈 길은 멀고 하실 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 왜 이렇게 홀연히 떠나셔야 했습니까, 기업인으로서 이제 한창 꽃을 피워야 할 때에 이렇게 꼭 떠나셔야 하셨습니까, 이제 누가 회장님의 빈자리를 대신 한단 말입니까"라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추모사를 낭독했다.
서강대 박홍 이사장은 추모기도에서 "선친 정주영 회장님의 뜻을 따라 분단의 한을 경제협력과 화해로 풀기 위해 지난 3년간 당신은 모든 것을 바쳐 혼신의 노력을 다하여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옥씨는 "정몽헌의 죽음은 개인과 역사의 좌절이 아니다. 좌절해 죽은 것이 아니라 꿈을 새롭게 심어주기 위해 몸을 던졌다"면서 "무엇을 더 바라는가, 정치가 도대체 무엇인가"라면서 정계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영결식은 가계에서 고인을 애도하며 보낸 조전소개와 유가족, 친지, 추모객의 헌화 및 분향을 끝으로 오전 8시 50분쯤 끝났다.
영결식 뒤 대형 영정사진 차량을 선두로 운구차, 가족과 지인 등 800여명을 태운 버스 27대 등 장례 차량들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잠들어 있는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선영으로 향했다.
운구차량은 10시10분경 선영에 도착했다. 이어 운구요원들이 짊어진 목관은 정 회장의 장남인 영선씨를 선두로 한 유가족과 추모객들이 뒤따르는 가운데 가족묘지로 이동했다.
고인의 묘소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잠든 묘소에서 아래로 7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마련됐다.
오전 10시30분경부터 시작된 하관식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채, 유가족과 친지들만 참석했다. 하관식이 진행되는 동안 추모객들은 임시로 설치된 분향소에 헌화하고 고인을 애도했다.
이어 오전 10시50분경부터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가운데 평토제와 반혼제가 이어졌다. 평토제가 진행되는 동안 미망인 현정은씨와 영이, 지이 자매가 오열해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정몽준 의원 등도 침통한 표정이었다.
반혼제를 마친 뒤 도선사 스님들이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오전 11시45분경 하관식이 모두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