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파업은 환율수준이 아니라 외환거래에 영향을 끼치고있다. 11일 달러/원 환율은 은행파업에는 무관심한 듯 외국인주식자금 공급등 달러화 수급요인에 따라 움직이며 연이틀 하락세를 이어갔다. 외환시장은 은행파업 타결소식에 무반응이었고 다시 들려온 타결무산 소식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반면 파업참여은행의 외환거래가 제한되고 기업들의 결제수요나 네고물량공급이 줄어드는 등 은행파업은 외환거래 규모 감소에 큰 영향을 주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현물환 거래규모는 전날 18억달러에 이어 이날도 21억달러에 그쳤다.
◇11일 환율흐름
전날과 같은 1118원에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외국인 주식매수자금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면서 11시쯤 1115.50원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은행파업이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않았고 거래는 활발하지않았다.
환율이 이처럼 큰 폭으로 떨어지자 국책은행의 정책적 달러매수세가 출현했고 정유사등 기업의 결제수요도 일부 유입, 1116원대로 반등하며 오전거래를 마쳤다. 외환당국은 공기업의 외화결제수요를 부각하며 환율하락세를 막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1116원에 오후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1115.50~1116.40원 사이를 오르내리는 보합국면에 머물다 마감을 앞두고 은행파업협상 결렬소식이 전해지면서 은행권의 달러되사기가 나타나 1116.80원까지 오른 뒤 전날보다 1.50원 낮은 1116.5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은행파업의 영향
외환시장에서 은행파업은 이미 예고된 변수였고 그 영향력도 미미했다. 마감을 앞두고 전해진 협상결렬 소식이 일부 은행의 달러되사기를 촉발하기는 했지만 이마저 하락폭을 조금 줄이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반면 외환거래 행태에는 변화를 가져왔다. 외국인 주식매수자금이나 기업들 실수요 위주로 외환거래가 이루어졌고 한동안 환율흐름을 주도해온 은행간 투기적 거래는 많이 감소했다. 파업참여은행의 외환거래를 전날에 이어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외국계은행들은 결제리스크를 감안, 이들 파업참여은행과의 거래를 기피했다. 이에 따라 이날 거래규모도 평소의 70~80%수준에 머물렀다.
◇외국인 주식자금 지속적 유입
외국인들은 이날도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총 1800억원의 주식순매수에 나섰다. 지난 7일과 10일 각각 3216억원, 2715억원등 순매수에 이어 사흘째 대규모 순매수가 계속되고있다.
이날 외환시장에 공급된 주식자금은 2억달러 안팎으로 추정되며 12일이후 유입될 물량도 2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 실수요거래가 위축돼있는 상황에서 공급우위 시장흐름을 주도할 변수다.
◇여전한 박스권 장세
11일 환율변동폭은 최근들어 보기드물게 넓은 2.80원. 그러나 여전히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해온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1115원대 중반에서 어김없이 국책은행의 달러매수세가 출현했고 공기업을 중심으로 한 달러수요요인이 부각됐다. 이 때문에 외국인 주식자금이 공급우위 흐름을 이끌겠지만 여전히 하락폭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반대로 은행파업 완전타결등 외환시장 주변의 호재가 나타나더라도 환율상승 역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주식자금을 모두 소화할만큼의 기업체 결제수요가 아직 보이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