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조용석 기자] 정부가 최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회의에서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 상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정부·여당이 수은의 법정 자본금 규모를 현행 15조원에서 30조원으로 두 배 늘리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외거래 관련 대출·보증·보험을 제공하는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의 지원 여력을 확충해 방위산업 등의 대형 해외 수주가 실제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0일 기획재정부와 국민의힘 소속 윤영석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에 따르면 수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윤영석 의원실 관계자는 “수은의 역할은 우리나라의 수출입과 해외투자 등이 늘어남에 따라 확대돼 왔고, 이에 맞춰 법정 자본금 한도 또한 지속적으로 증액돼 왔다”면서 “방위산업 수출 뿐만 아니라 대규모 해외 사회간접자본(SOC) 수주 등을 위해선 수은 자본금을 30조원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지난 2019년에도 수은 자본금을 20조원으로 올리는 개정안을 발의한바 있다.
수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는 지난 1998년 2조원에서 4조원, 2009년 8조원, 2014년 15조원 등 두 배씩 규모가 커졌다. 그러나 10여년 가까이 자본금 한도가 늘지 않아 공적수출신용기관(ECA)으로서 수출 금융을 지원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윤 의원 외에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020년 수은 자본금을 25조원으로 올리는 개정안을 냈었다.
정 의원의 25조원 안에 대해 당시 기재부는 수은의 납입 자본금이 법정 자본금 한도 대비 82.7%로 다소 여유가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기재부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적극적이다. 기재부는 올해 수은에 납입 자본금 2조원을 추가로 넣었다.
이처럼 정부여당이 수은의 법정자본금 한도 상향을 추진하는 것은 국산 무기를 대거 도입하려는 폴란드가 지난 해와 올해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에 수십조원에 달하는 수출 금융 지원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수은의 자본금 한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여당은 수은의 자본금 확충을 통해 폴란드 방산 수출 협상을 촉진시킨다는 복안이다.
현행 법상 수은의 한 국가에 대한 신용공여(대출) 한도는 8조원 수준이지만, 폴란드의 지원 요구 금액은 총 32조원이 넘는다. 법 통과시 16조원까지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2일 폴란드를 방문해 한-폴란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추가 금융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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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관계자는 “특정 국가나 산업 수출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수출 지원 규모가 예전과 달리 상당히 커졌는데 수은 자본금 한도가 찬 상황이라 미리 (법정 자본금 한도를) 올려놓은 후 단계적으로 출자 해 (납입자본금을 충당)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