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 문제에 "노코멘트" 유니클로, 결국 美서 셔츠 수입 중단

美관세당국, 지난 1월 남성용셔츠 압수
"신장 위구르서 생산됐을 가능성 있어"
매출 20% 차지하는 中시장 포기 못해
"美서 수입 금지하더라도 영향 미미"
  • 등록 2021-05-20 오전 10:12:39

    수정 2021-05-20 오전 10:12:39

지난 2015년 중국 신장 지역에서 목화를 재배하는 노동자의 모습이 포착됐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정부가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셔츠 수입을 중단했다. 강제 노동 논란이 있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조달한 면화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니클로가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인권보다는 시장을 택했다는 평가다.

20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과 재팬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지난 1월 로스앤젤레스 항구에서 유니클로 남성용 셔츠를 압수했다. 중국 신장에서 만들어진 강제노역 의심 품목의 수입을 금지한 명령을 어긴 혐의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지난해 12월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유린 의혹이 있다며 중국 공산당 산하 조직이 생산에 관여하는 면 제품의 수입을 금지했다. 당시 중국은 “세기의 거짓말”이라며 열을 냈다. 중국 덕분에 위구르 등 가난한 지역들에 일감이 생겨 빈곤을 탈출했을 뿐 아니라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논리다.

지난 2010년 중국 신장 지역에서 목화 재배 노동자들이 하루종일 일을 하고 거처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사진=AFP)
이 사실은 관세국경보호청이 지난 10일 관련 문서를 공개하며 드러났다. 유니클로 측은 “제품에 사용된 목화는 호주, 미국, 브라질에서 생산됐다”고 주장하며 조치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생산 공정과 기록이 누락됐다는 이유에서다.

유니클로는 아시아 최대 의류 유통업체인 패스트 리테일링의 대표 브랜드다. 패스트 리테일링 측은 19일 미 당국 결정에 “매우 유감”이라며 “생산 과정에서 강제 노동 등의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목화만 사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유니클로를 거느린 패스트 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사진=AFP)
미국의 수입 금지 결정은 유니클로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신장 위구르산 면화를 거부함으로써 중국에 미운 털이 박히느니, 인권 문제에서 비판받는 편을 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8일 패스트 리테일링 결산 기자회견에서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신장 위구르에서 조달한 면화를 사용하고 있냐는 질문에 “인권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 문제. 코멘트 하지 않겠다”며 에둘러 답변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호주 싱크탱크가 위구르족을 강제 동원하고 있는 중국 공장과 거래가 있었던 기업으로 패스트 리테일링을 정조준한 데 대해 “노코멘트”라는 답변으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것이다.

유니클로가 인권보다는 시장을 택한 건 ‘큰손’ 고객인 중국 눈 밖에 나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유니클로는 중국 내 의류기업 매출 1위로, 4월 기준 중국 본토에 809개의 매장이 있다. 유니클로 매출의 20%는 중국에서 나온다. 의류시장 규모도 2020년 기준 약 1150조원으로 일본 시장의 5배가 넘는다. 미국 의류시장 규모도 중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데다가, 매장 수도 47개로 적다. 북미 시장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미 당국의 수입 금지가 사업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경미한 수준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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