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6시 20분께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이 부회장 일본행은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강화에 따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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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7일 오후 6시 40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긴급 출장을 떠났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6시 20분께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정장 차림으로 수행원을 대동하지 않고 혼자서 김포공항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그는 검은색 여행 가방 하나와 오른손에 여권을 든 단출한 모습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일본 정부가 지난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해 현지 경제인들을 직접 만나 관련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얼마 전부터 사장단과 임원을 포함한 관련 임직원들이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이 부회장은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오찬 회동 일정에 참석하지 않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김기남 부회장을 통해 정부 측과 충분한 사전 교감을 한 상태이고, 반도체 소재 수급이 절박한 상황이라 곧바로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4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일본 현지 상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전달받았고,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인 김기남 부회장 등 반도체 사업 경영진과 여러 차례 대책회의를 거쳐 일본 출장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제재에 들어가자, 삼성전자는 관련 품목 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반도체 제조 전 과정에 사용되는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등의 재고 확보 분량이 1주일 분에 불과하고, 완성품 생산까지 3개월이 걸리는 제조공정의 특성상 1~2개월 분의 재고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유독 물질로 장기 보관이 어려운 에칭가스 등의 실제 재고는 사나흘 수준에 불과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부회장은 일본으로 떠나기 전 김기남 부회장으로부터 정부 측의 메시지를 전달받고 관련 내용을 일본 출장 중 파악, 오는 1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간담회에서 전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김 부회장은 지난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김상조 정책실장과 홍남기 부총리,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각각 만나 일본 수출 제재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물론 반도체 업계 전반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측 요청이 김 부회장을 통해 이 부회장에게 충분히 전달 됐을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홍 부총리와 김 정책실장과의 회동에 참석하지 않고 곧바로 일본 출장을 떠난 것은 사전 조율을 거쳤을 가능성 높다”며 “이 부회장이 출장 전 정부 측 요청을 김 부회장을 통해 전달받아 상호 충분한 교감이 있었고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출장 결과 등을 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의 일정과 회동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된 것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해 일본을 두 차례 방문했고, 올 들어서도 지난 5월 도쿄에서 현지 양대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 KDDI 등의 경영진을 만나 5G(5세대 이동통신)서비스 등을 논의하는 등 탄탄한 현지 인맥을 갖고 있다. 또 일본 게이오기주쿠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아 일본어에 능하다. 2016년 1월, 게이오대 경영대학원 시절 지도교수였던 고(故) 야나기하라 카즈오(柳原一夫) 교수가 별세했을 당시엔 직접 도쿄로 날아가 빈소를 찾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