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후기 이기지가 남긴 ‘일암연기’ 원본 표지(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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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는 숙종 시대 북경을 연행사로 북경을 다녀온 이기지(1690~1722)의 연행록 ‘일암연기’를 최초로 완역한 ‘일암연기’ 역주본과 원문편을 발간했다고 24일 밝혔다.
1721년 당시 31세였던 이기지는 진사 시험을 수석으로 통과한 후 문과 준비를 하던 중 아버지 이이명이 숙종의 사망과 경종의 왕위 계승을 청나라에 알리기 위해 고부사의 정사로 연행을 떠날 때 자제군관으로서 아버지를 수행했다.
이기지는 9월 18일부터 11월 24일까지 2개월여를 북경에 머무르며 당시 동·서·남의 모든 천주당을 아홉 차례 방문했고 서양 선교사들의 방문을 받은 것도 세 차례나 되었다. 이기지는 천문도서, 서양서, 서양화, 와인, 카스테라, 자명종 등을 얻었으며 동서양 역법의 차이, 일식과 월식의 원리, 하늘의 방위 등에 대해 선교사들과 토론했다. 이기지는 1721년 연행에서 돌아오고 나서 ‘일암연기’를 남겼으며 이듬해에 노론 핵심 인물이었던 아버지와 함께 신임사화로 목숨을 잃었다.
이기지는 여행 중에 조우한 동서양의 문화를 객관적이고 열린 사고로 받아들였이고 이를 ‘일암연기’에 자세하게 남겼다. 이러한 태도는 훗날 북학파 박지원, 박제가, 홍대용 등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이기지는 식견이 탁월하여 후세 사람들로서는 따를 수 없다. 중국을 제대로 보았다. 그림과 천문 관측, 기계에 밝았다”고 기록했다.
한중연 관계자는 “‘일암연기’는 홍대용의 ‘담헌일기’,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영향을 미친 연행록이다”며 “이번 완역본 발간으로 ‘일암연기’에 대한 후속 연구와 학계 논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일암연기 역주본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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