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銀 자본확충 '재정 역할론' 변수…추경 탄력받나

  • 등록 2016-05-22 오후 2:29:23

    수정 2016-05-22 오후 3:45:13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치권이 구조조정 실탄 마련을 위한 방법론으로 재정 투입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국책은행 자본 확충 논의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전망이다.

22일 정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차 여·야·정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여야 3당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정부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구조조정에 개입한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국가 예산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연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정부의 현금 출자가 거론된다. 국회가 정부의 추경안을 승인하면 이를 재원으로 삼아 정부가 국책은행에 자본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방안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유일호 부총리는 그동안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침체나 대량 실업이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이에 따라 기재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도 국책은행 자본 확충 방안으로 직접 출자와 자본확충펀드를 활용한 간접 출자를 병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자칫 구조조정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국회를 경유하기 보다 발권력을 가진 한은 등을 떠밀어 실탄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 구상은 한은의 반발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한은은 펀드 대출금에 정부가 지급보증을 설 것을 요구하고, 수출입은행 직접 출자는 불가능하다고 애초 선을 그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20일 고려대 강연 이후 기자들이 직접 출자 가능성을 묻자 “추가적인 말을 않겠다”며 부정적인 견해임을 재확인했다.

이번에 여야 3당이 들고나온 구조조정 ‘재정 역할론’은 정부 입장에서는 장·단점이 모두 있는 방안이다. 국책은행 자본 확충을 둘러싼 논란을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추진 과정에 국회 입김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정치권에서 먼저 재정 투입의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쓸데없는 ‘발목잡기’는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도 있다.

당장 지난 20일 대우조선해양(042660)이 채권은행에 방산부문 분사 등을 뼈대로 한 자구안을 제출한 것을 마지막으로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등 조선 ‘빅3’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여야 지도부도 23일 일제히 경남 거제와 부산 등 조선업계 현장을 찾기로 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 대출은 한은법상 1년 뒤 반드시 원금을 회수해야 하는 기한부 대출”이라며 “어차피 1년 뒤 다시 돈을 투입해야 한다면 정부가 빙빙 돌아가면서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기보다 지금 국회에 손을 내미는 것이 문제를 푸는 ‘정공법’”이라고 말했다.

한 전문 경영인 출신 구조조정 전문가는 “정부가 산업 전문가, 투자은행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명확한 산업 재편 및 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국회에서는 정부의 구조조정 논의 과정을 투명화하고 시장 원리에 맞는 손실 부담 방안, 비대해진 정책 금융의 덩치를 줄일 대책 등을 처리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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