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안전관리 개선하라"

반도체공장 유해물질 관리 등 정부 감독 강화 시사
  • 등록 2011-08-17 오후 12:00:58

    수정 2011-08-17 오후 1:42:03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던 삼성전자(005930) 반도체공장 근로자의 안전 관리 강화를 권고하고 나섰다.    지난 6월 서울행정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작업 환경이 노동자의 백혈병 발병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판단한데 이어 정부도 반도체공장 환경과 근로자의 희귀질환 발병이 무관치 않다고 보고 삼성전자의 미진한 대응에 대한 경고와 함께 재발방지에 나선 것이다.   고용부는 삼성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취급하는 모든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을 파악해 근로자에게 알리고 전담 산업의학전문의도 확보하도록 했다고 17일 밝혔다.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가운데 백혈병 등 희귀질환에 걸린 것으로 알려진 사람만 60명 정도. 지난 6월24일 서울행정법원은 이중 5명에 대한 산업재해를 인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는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돼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근로자의 건강상태, 작업장 내 발병원인물질 존재 유무 등을 고려해 업무와 질병 및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미루어 판단될 경우에도 입증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지난 10일 이채필 고용부 장관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현장을 전격 방문한 후 백혈병 역학조사에서 유의미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삼성반도체의 근로자 보건관리를 강화하는 방안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취급화학물질의 독성을 파악해 다른 물질로 대체하거나 차등 관리하는 제도 운영 ▲일부공정에 국한된 화학물질 모니터링을 전체 제조공정으로 확대 ▲유해성 정보를 근로자에게 효과적이고 확실하게 전달하는 유해성 주지 활성화 ▲산업보건업무를 전반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전담 산업의학전문의의 사업장별 확보하도록 했다.

또 ▲유해물질 관리방안 등을 다룰 건강연구소의 역할과 위상 강화 ▲임직원 종합건강관리 시스템 구축 ▲퇴직 임직원 암 발병자 지원 등 지난달 삼성전자가 밝힌 자체 추진계획에 대한 세부실천방안 등을 수립하도록 했다.

아울러 추후에 공지하겠다고 밝힌 `퇴직 후 암 발병자에 대한 세부지원방안`을 1개월 이내에 마련해 이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삼성전자 측에 강력하게 주문했다. 화학물질 영업비밀 관련 제도를 정비해 영업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없는 화학물질의 성분과 함유량도 무작정 영업비밀로 하는 일이 없도록 해 근로자 안전과 관련된 내용은 모두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이러한 사항을 모두 이행하는 데 내년까지 약 110억원, 2020년까지 약 1000억원(퇴직 임직원에 대한 암 치료비 지원 제외)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채필 장관은 “삼성전자가 보건관리개선 세부추진계획을 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고용부와 산업보건전문가로 모니터링팀을 구성해 세부추진계획 이행상황을 주기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 `반올림`이 내놓은 `삼성전자·전기 직업병 제보 현황`에 따르면 2007년 11월부터 4월까지 이 단체에 제보한 120명 가운데 백혈병 등 림프조혈계암이 56명(46.6%)으로 가장 많았고, 이 가운데 44%가량인 25명은 이미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뇌종양 8명(6%) ▲재생불량성빈혈(6명) ▲유방암(5명) ▲피부암(4명) 등 이었다. 분야별 직업병 발병자는 삼성전자가 97명(80%)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삼성전기(11명)와 삼성SDI(8명)가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에서는 반도체 공장의 발병률이 61.7%(74명)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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