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1월 주가가 월초에 일시적 강세를 보였으나 이내 약세로 반전하여 결국 600포인트 이하까지 내려가는 부진양상을 보였다. 1월 효과 기대가 무참히 깨진 것은 기업실적, 경기, 정치적 변수와 같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이는데 이들 요인들을 좀더 깊이 점검해 봄으로써 향후 방향성을 가늠해 보도록 하자.
1. 예상보다 낮은 기업수익
기업수익이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1월에 발표된 주요기업의 2002년 4분기 실적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보다 낮다. 한국 대표기업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 SKT의 기업실적 모멘텀이 예상보다 나빴다는 점이 전체 분위기를 냉각시켰다. 삼성전자는 D램가격 하락과 휴대폰 판매 둔화에다 성과급 지급이 이익을 축소시켰다. SKT는 예상외로 광고비 지출이 높았고 투자증가에 따라 향후 수익성 둔화 우려도 커졌다. 이 두 기업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도 기업실적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렇지만, 향후 기업수익 전망은 조심스런 낙관론이라 할 수 있다. 올해 기업수익은 지난 해와 달리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 상반기에는 경기 불확실성과 소비위축, 계절적 비수기로 인해 인터넷, 철강, 음식료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실적 약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세계 경기회복세가 나타나고 그에 따른 설비투자 증가로 반도체.전기전자의 실적호전이 예상된다.
전통적 경기민감 업종이라 할 수 있는 화학, 자동차, 기계업종이나 내수 대표업종인 소도매, 금융업종도 하반기에 가서야 본격적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기업실적 개선을 재료로 시장이 당장 상승 추세로 전환하는 상황은 예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 연초 경기흐름의 둔화
연초 수출 증가세 둔화 및 내수 둔화 지속으로 경기흐름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회복세가 빨라졌던 수출은 미국경기 회복세 둔화와 달러화 약세로 지난해 4분기에 보여준 20%대의 증가세를 이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수출 급증이 전체 수출회복세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나 우리 경제와 주가에 영향이 큰 정보통신 수출은 아무래도 미국 정보통신 경기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미국 정보통신 경기회복은 하반기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는 1분기까지 조정, 2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둔화는 가계부채 급증을 억제하기 위한 대출억제정책, 주택가격 안정 및 주가하락에 따른 역자산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화 강세와 소득증가 추세가 이어짐에 따라 내수 둔화현상은 점차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모멘텀이 주가상승 전환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1분기까지 내수둔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올해 경기회복의 주된 동력이 될 투자회복도 하반기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달러화 약세가 꾸준히 이어지는 점과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유가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분기별 성장률 전망과 주요 항목의 성장기여도
자료: datastream, 추정은 현투증권
3. 전쟁위험과 투자심리 위축
경제외적 변수의 주가 영향력이 여전히 높다. 이라크와 미국의 전쟁위험이 달러화나 유가 변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위험은 지난해 이후 투자위축과 주가약세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인식된다. 이익창출 압력에 시달리는 기업 경영진으로서는 전쟁위험 증가로 유가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결정을 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보통신 과잉설비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도 투자를 억제하는 또 다른 주요 요인이다.
◇전쟁위험 반영해 유가 고공행진
자료: datastream
4. 북한 핵문제
북한 핵문제는 국내 증시에 새롭게 추가된 악재이다. 북한 핵문제는 단기에 해결되기 어려운 난제다. 북한은 체제 안전이 걸려있고 미국은 북한 핵문제가 미국의 안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한다. 핵문제의 성격상 정치적 결단을 통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하는데 북미간에 정치적 이해가 워낙 다르다.
북한과 미국간의 군사 대결로 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대응자세가 워낙 강경한 데다 북한의 대응방식도 93-94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벼랑끝 전술 일변도다.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보다 유엔을 통한 사태 해결을 선호하는 듯한 모습도 걱정거리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 경제제재에 나설 경우 한반도 긴장은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남북간 대화채널이 열려 있고 한국 정부가 북미간 적극 중재를 통해 사태 해결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93-94년 북한 핵위기 때와 달리 긴장이 급속도로 고조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능하게 한다.
5. 예상되는 주식시장 흐름
시장 주변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확인된다. 미국경기 회복 지연 가능성에다 달러약세로 인한 수출둔화 우려가 주가에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되고 있다. 내수둔화도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실적 모멘텀이 빠른 속도로 약화되고 있어 올해 기업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어야 할 상황이다. 여기에다 지난 연말 불거진 북한 핵문제가 장기 악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배구조와 정책 불투명성도 낙관적인 전망을 어렵게 한다. IMF 경제위기 이후 계열분리 등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진전이 있었으나 아직까지 주주이익을 중시하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전반적으로 정착되었다고 하기 어렵다. 신정부 등장에 따른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도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분배우선 정책에 따라 기업의 투자의욕이 줄어들어 성장잠재력이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늘어났다.
그러나 상황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주요 악재 중 하나인 이라크 전쟁위험이 조기에 해결될 경우 달러약세와 고유가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수출부진과 원가 상승에 따른 경기부진 우려는 상당부분 해소가 가능할 것이다. 중국경제의 지속적 성장세도 미국경기 둔화의 부작용을 일정 부분 상쇄시켜 주고 있다. 내수의 경우 가계 여신급증세가 진정되고 신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조기에 집행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1분기를 고비로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의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두 가지 판단이 가능하다. 첫째, 단기적으로 주가의 추가 하락위험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둘째, 중장기적으로 특별한 경기 모멘텀이나 정치적 위험의 획기적 감소와 같은 호재 출현이 없는 한 900포인트대 이상으로 지수가 상승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6.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라크 전쟁이 2월말 혹은 3월초에 발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2월초에는 불안한 주가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발발 전까지 주가는 전체적으로 불안한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쟁개시 후에는 불확실성 해소를 재료로 단기급등도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이라크 전쟁위험이 해소되는 경우에도 북한 핵문제는 여전히 악재로 남아있을 전망이고 한국 주가 오름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업종별 1분기 전망을 점검하면 수출업종은 달러 약세, 세계 수입수요 감소로 전체적으로 실적 둔화가 예상된다. 내수의 경우도 소비위축 여파로 인해 실적 개선에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다. 달러화 약세(원화 강세) 영향으로 음식료 업종의 수혜가 예상되고 철강과 화학업종은 제품가격 상승으로 실적 호전이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전쟁위험 해소 전까지는 당분간 위험관리에 중점을 둬야 할 것 같다. 다만 600포인트 미만에서는 우량주와 실적호전 중소형 우량주 저가매수가 가능할 전망이다. 금리가 인하될 경우 주가는 낙폭과대 금융주를 중심으로 단기 유동성 장세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