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투자·대외협력까지 '한박자 빠르게'…정의선의 위기대응법

현대차그룹,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달러 기부하기로
트럼프 고관세 엄포에 우호적 관계 유지 전략 필수
트럼프 당선 후 일주일 만에 외국인 CEO 파격 발탁
최근 한 발 빠르게 사상 최대 규모 투자 단행 결정도
  • 등록 2025-01-12 오후 4:49:45

    수정 2025-01-12 오후 6:54:56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글로벌 경기침체 및 ‘트럼프 2.0’ 행정부 출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을 한 박자 빠르게 대응하며 눈길을 끈다. 최근 그룹 사상 최대 규모 국내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스킨십까지 인사, 투자, 대외협력까지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6일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2025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ㅅ하진=뉴스1)
현대차그룹은 20일(현지시간)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원)를 기부한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토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하기로 하자 발 빠르게 기부를 결정한 것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현대차는 미국 제조업을 지원하고 공급망을 보호한다”며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을 가진 새 행정부와 협력할 기회를 갖게 돼 환영”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직후 세계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최대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며 세계 자동차 업계를 긴장하게 했다. 특히 멕시코와 캐나다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양산하는 기아는 트럼프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지역에 자동차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완공, 조만간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미국에 생산공장이 있더라도 외국산 부품을 많이 활용하는 자동차 회사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 우호적인 관계가 필수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해 미 대선 이후 트럼프쪽 관계자들과 접촉해왔다.

정 회장은 지난해 그룹 인사에서도 트럼프 2.0시대 맞춤형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초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지 일주일 만인 15일 호세 무뇨스 북미권역본부장을 현대차 최초의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는 정 회장은 불참 가능성이 크며, 무뇨스 사장 등 그룹 고위 임원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무뇨스 사장의 중용도 트럼프 2.0 시대 ‘신의 한 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정 회장은 최근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깜짝 발표해 재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9일 올해 그룹 사상 최대 규모인 24조3000억원 국내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전기차·소프트웨어중심차(SDV)·수소차 등 미래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작년 경영실적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산재하는 돌발 변수를 선제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우선 안방부터 다지고 글로벌 시장 판매 확대를 꾀하겠다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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