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3000억 규모 친환경 제철 공정 전환 착수

제철소 코크스 냉각설비 ‘습식→건식’ 전환
폐열 재활용…온실가스 연 50만t 감축 효과
친환경 규제 대응…2025년까지 3호기 증설
  • 등록 2023-03-15 오전 10:00:00

    수정 2023-03-15 오후 7:34:42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현대제철이 약 3000억원을 투입해 친환경 제철 공정 전환에 착수했다. 대규모 설비 전환을 통해 ‘탄소배출 주범’ 오명을 벗고 철강사를 향한 글로벌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004020)은 이달 충청남도 당진시로부터 현대제철산업단지 내 공장 신축 허가를 승인받았다. 현대제철이 당진 공장에 새롭게 증축하는 건물은 코크스 건식소화설비(CDQ) 시설이다.

코크스란 원료탄을 고온 건류해 만든 고체 탄소 연료를 말한다. 발열량이 많고 연기가 없어서 용광로 연료로 주로 쓰인다. 철강재 생산은 코크스와 철광석의 환원작용을 통해 녹아 나온 쇳물을 굳혀 철을 만들고, 이를 후판·열연·냉연강판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으로 요약된다.

쇳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코크스는 원료탄(석탄)을 밀폐된 로(爐)에 장입해 1300℃의 고온에서 약 19시간 건류해 만든다. 갓 생산된 코크스는 너무 뜨거워 바로 사용할 수 없는 탓에 식히는 과정이 필요한데, 현대제철은 그동안 냉각수를 활용해 코코스 온도를 낮추는 습식냉각설비(CSQ)를 활용해왔다. 그러다 보니 냉각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 전경.(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은 이를 모두 철거하고 건식소화설비로 대체할 계획이다. 기존 습식설비로도 제품을 생산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큰돈을 들여 신규 설비로 교체하는 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다.

CSQ는 코크스를 식힐 때 물을 뿌려 냉각하지만, CDQ는 밀폐된 공간에서 질소가스를 이용한다. 질소가스로 코크스를 식히는 과정에서 폐열을 회수해 전력 생산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제철은 이를 통해 연간 약 50만톤(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환경오염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기존 습식설비는 물을 뿌려 냉각할 때 코크스의 미세한 가루가 수증기에 포함돼 공기 중에 날려 대기환경을 오염시켰으나, 건식설비는 밀폐된 공간 속에서 고온의 코크스를 냉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먼지를 100%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제철은 2025년까지 당진제철소에 CDQ 총 3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교체 비용은 ‘녹색 채권’으로 조달한다. 녹색 채권은 탄소 감축, 신재생 에너지 생산 등 발행 목적을 녹색산업 관련 용도로 한정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의 일종이다.

현대제철이 친환경 공정으로 전환하는 것은 탄소중립으로 철강업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사들이 2050년 ‘탄소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철광석에 함유된 철과 산소를 분리할 때 코크스 대신 ‘그린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도입이 필수적이다. 철강사가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대부분이 용광로에서 코크스를 태울 때 나오는 탓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소 생산·조달 등 경제성 측면에서 수소환원제철 상용화까지 갈 길이 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제철의 이번 코크스 공정 전환은 과도기적인 노력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저감을 강제하기 위한 탄소세·탄소국경세 도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친환경 공정 전환으로 일부나마 규제에 대응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당진제철소에 새로 도입하는 CDQ는 폐열을 회수해 재활용할 수 있어 온실가스 감축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5년까지 총 3호기 증설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제선공장 공정.(영상=현대제철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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