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빚이 1년 새 100조원 넘게 급증, 86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 문턱이 높아진 자영업자들이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면서 고금리 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한국은행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영업자 대출 동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대해 논의했다. 한은은 6월과 12월 금융안정보고서를 발간해 국회에 제출하고 있고 3월, 9월엔 금통위에서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6월말 현재 대출 금액은 858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3조3000억원, 13.7% 증가했다. 전분기(18.8%)보다 대출 증가율이 하락했으나 이는 작년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한 기저효과(작년 2분기 55조2000억원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올 들어서만 54조9000억원 증가하는 등 대출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에 타격이 큰 대면서비스 업종인 도소매업, 여가서비스업이 각각 13.7%, 19.7% 대출 증가를 보이는 등 상대적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소득이 적은 1~3분위 중·저소득층의 대출 증가율이 16%대를 기록, 4·5분위 증가율(12%대)보다 높았다.
자영업자들의 은행 빚 증가율은 2분기 전년동기대비 10.7%를 기록한 반면 비은행 금융기관은 19.9%를 기록, 금리가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 빚이 더 빠르게 증가했다.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대부업 대출 등 금리가 10%를 훌쩍 넘는 고금리 대출은 17.6% 증가했다.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0.22%(국내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기준)로 1년 전(0.34%)과 비교해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취약차주 비중은 전분기와 유사했다. 차주 수 기준으로 10.9%는 취약차주로 분류됐고 이들이 지고 있는 빚은 전체의 9.0%에 달했다. 즉, 자영업자 10명 중 1명은 금융기관 3곳에 빚이 있는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자라는 얘기다. 이는 올 1분기 11.0%, 9.2%와 비슷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