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통화스와프' 논의 전격 재개(종합)

  • 등록 2016-08-27 오후 8:00:29

    수정 2016-08-27 오후 9:26:19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한국과 일본이 1년 반 동안 중단됐던 통화 스와프 협정을 사실상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2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두 나라 간 통화 스와프 협정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유 부총리는 “한국이 통화 스와프 논의를 제안했고 일본이 동의해 논의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실제 통화 스와프가 재개되기까지는 몇 달 걸린다”고 말했다.

통화 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한 환율에 따라 일정 시점에 교환하는 외환 거래다. 환율·금리 변동 위험을 줄이거나 외화 유동성을 확충하기 위해 맺는다. 한국은 현재 중국·호주·아랍에미리트(UAE)·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5개국과 양자 간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다. 한중일 3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합의한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를 통한 다자 간 통화 교환 협정도 유지 중이다. 전체 스와프 체결액은 1200억 달러 규모다.

일본과 맺었던 양자 간 통화 스와프 협정은 지난해 2월 23일 만기가 만료됐다. 2001년 7월 협정 체결 이후 약 14년 동안 유지했던 통화 스와프를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중단한 것이다.

이번에 협정 논의를 재개하기로 한 표면적인 이유는 금융 안전망 강화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한일 양국 공동 보도문에서 “한국 정부는 양국 간 경제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며 그 일환으로 양국 간 동일한 금액의 양자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할 것을 제안했다”며 “이 통화 스와프 협정이 역내 금융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화 스와프 재개 논의는 애초 두 나라가 이번 회의 직전 주고받은 의제에는 빠져 있었다. 그러나 한일 장관 양자 면담에서 유 부총리가 이 사안을 직접 언급하면서 합의로 이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일 통화 스와프 협정 논의 재개 가능성을 낮게 보긴 했지만, 회의 시작 전 내부적으로 시나리오는 만들고 있었다”면서 “지금 당장의 위기 때문이 아니라 사후 장기적인 금융 변동성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체결을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기재부, 한국은행, 일본 재무성 등이 참여하는 실무회의에서 통화 스와프 규모와 계약 유효기간, 스와프 방식, 스와프 통화, 인출기간, 금리 등 구체적인 조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일 통화 스와프 규모는 2011년 말 700억 달러로 정점을 찍고 만기 종료 직전에는 100억 달러까지 급감했었다. 최종 통화 스와프 재개까지는 3~4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통화 스와프는 대외 충격에 대한 방어막이라는 점에서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 및 외화 유출 우려 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원화 강세(환율 하락)를 부채질하거나 중국과의 정치·경제적 관계가 이로 인해 한층 냉랭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회의에서 양국은 동아시아 금융위기 예방 및 대응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자는 것에도 합의했다. 아시아 인프라 투자 사업 공동 참여를 확대하고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다자개발은행에서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두 나라는 최근 확산하는 보호무역주의에 단호하게 공동 대응하고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논의도 진전하기로 뜻을 모았다. 유엔(UN)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는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아울러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내년 일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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