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추락, 한국차에 기회될까

다임러, 크라이슬러 회생작업에 두 손들어
크라이슬러 구조조정 불가피..시장경쟁 완화 기대
중장기론 미국 메이커의 반격까지 염두에 둬야
  • 등록 2007-05-15 오전 11:32:06

    수정 2007-05-16 오전 7:19:52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독일 다임러가 1998년 인수한 미국 빅3중 하나인 크라이슬러를 채 10년도 안돼 제3자에게 매각했다. 벤츠를 생산하는 다임러가 크라이슬러 회생작업에 결국 두 손을 든 것은, 그 만큼 미국 자동차산업이 암울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에 따라 미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노출시킨 크라이슬러의 매각이 경쟁업체들, 더 나아가 한국 메이커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가뜩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한국으로선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크라이슬러의 매각결정이 당장 한미 FTA에 커다란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히려 크라이슬러의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시장의 경쟁상황이 다소 완호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벤츠도 손 든 크라이슬러..미 차동차산업 추락은 `경쟁력`의 문제

독일의 다임러크라이슬러는 14일(현지시각) 자회사이자 미국의 빅3중 하나인 크라이슬러를 미국계 사모펀드인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에 74억달러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1998년 인수대금인 360억달러의 5분의 1에 불과한 금액이다.

고급 브랜드인 다임러는 크라이슬러를 인수할 경우 미국의 범용차시장도 단숨에 장악할 것으로 계산했다. 그러나 결과가 말해주듯이 큰 착오였다. 크라이슬러의 부실은 지속됐고, 다임러는 크라이슬러로 인해 고통을 받는 지경이 됐다. 크라이슬러 매각소식에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를 잘 설명해준다.

다임러가 크라이슬러에 두손을 든 배경으론 우선 막대한 '유산비용(Legacy cost)'을 꼽을 수 있다. 종업원은 물론이고, 퇴직자와 그 가족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부담하는 의료보험과 연금비용, 소위 '레거시 코스트'가 너무 컸다. 
 
▲ 크라이슬러의 대표 세단인 세브링의 모습.
그러나 크라이슬러 부실의 직접적인 요인은 다른 미국의 빅3 업체와 마찬가지로 판매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주된 이유로 볼 수 있다.
 
특히 크라이슬러를 위시한 미국의 빅3들은 도요타 혼다 등 일본 메이커들에게 경쟁에서 크게 밀리면서 시장을 계속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시장 현지 리서치를 위해 미국 애틀란타에 파견 근무중인 강상민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크라이슬러의 매각은 미국 자동차들이 미국의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정도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일본차나 한국차가 디자인이나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빅3는 이를 제대로 쫓아오지 못하고 있고, 과거 낮은 기름값에 안주해 연비에 소홀히 한 결과, 지금은 유가상승기를 맞이해 미국의 소비자들이 미국 메이커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크라이슬러 구조조정은 美시장 경쟁완화 요인..FTA 영향은 "지켜봐야"

그렇다면 다임러의 크라이슬러 매각은 현대차(005380) 등 한국산 자동차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일단은 한미 FTA 재협상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다소 부담이 되지만, 크라이슬러의 구조조정으로 시장의 경쟁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크라이슬러의 매각이 결정되자 경쟁사인 GM과 포드의 주가가 반등한 것도 이를 반증한다.

한미 FTA 재협상의 경우 미국내에서 아시아 메이커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질 수는 있겠지만, 이번 크라이슬러 매각건이 협상의 틀을 흔들정도는 아닐 것이란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다만 미국의 자동차산업이 처한 현실이 어렵다 보니 무리한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서버러스가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크라이슬러에 대한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에서의 구조조정은 통상 생산량 감축과 공장 폐쇄, 인력조정 등으로 이루어진다.

강상민 연구위원은 "서버러스로선 나중에 크라이슬러를 다시 매각하기 위해서라도 구조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구조조정, 즉 크라이슬러에 대한 슬림화에 나설 경우 한국 메이커는 물론이고 경쟁사들로선 시장에서 다소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성문 한국증권 연구위원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자동차경기가 위축되자 미국의 빅3들은 공장가동을 유지하기 위해 6년무이자 할부판매와 같은 공격적인 인센티브에 앞장섰다"며 "크라이슬러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된다면 메이커간 경쟁도 되레 줄어들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산업은 크라이슬러 매각건을 통해 자신들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미국의 빅3가 위기의식을 갖고, 새로운 각오로 달려들 경우 중장기적으론 미국차의 반격도 예상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차로선 단기적 호악재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인 경쟁력 제고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크라이슬러는 올들어 4월까지 미국에서 73만353대를 판매해 전체 판매량(522만7790대)중 13.9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중 현대·기아차 판매량 24만2295대에 비해 3배 정도 많은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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