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S 30년 진화와 도전)④이젠 글로벌 경영!

모비스의 글로벌 경영, 피할 수 없는 숙명''
철저한 현지화 전략 속에 매출처 다변화해야
  • 등록 2007-05-14 오후 1:41:10

    수정 2007-05-14 오후 1:41:10

현대·기아차의 생산능력은 오는 2010년께 연산 600만대 체제를 갖춘다. 이 중 절반은 해외공장에서 생산된다. 국내 생산차량의 대다수도 수출길에 오른다.
 
현대·기아차의 신차(新車)부품 및 애프터서비스(A/S)부품을 책임지고 있는 현대모비스에겐 `글로벌경영`이 숙명인 셈이다.  모비스가 세계적인 부품전문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글로벌경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베이징·상하이=이데일리 정재웅기자] "공장을 지으려고 땅을 파는데 갑자기 관이 하나 나오는 거예요. 어떻게 할까 고민했죠. 그냥 무시할 수도 있었지만 왠지 그렇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영희 베이징 모비스 변속기 설비공구부 차장은 지난 2003년 5월 공장 건설 당시를 회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마을 촌장에게 알렸죠. 2주동안 기다려보고 관의 주인이 나오지 않으면 그때 우리가 처리하겠다고 했더니 그러라더군요. 2주동안 공사를 중단하고 주인을 기다렸지만 나오질 않았어요. 그래서 전통 중국식으로 고사를 지내주고 북경 외곽에 다시 묻어줬습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글로벌 모비스 준비"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사소한 일조차도 현지인들과의 논의를 통해 처리하는 방식은 바로 현지화 정책의 일환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현지화 전략이 선행돼야 하는 법.

가뜩이나 근로자들의 이직률이 높은 중국에서 현지인들의 인심을 확보해두지 않으면 기업을 운영하기 힘들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오흥섭 베이징 모비스 부품기술부장도 "현지화 전략이 가장 큰 고민거리"라며 "관리직의 이직률이 높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한국과 달리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상하이 모비스에서는 올 초에 전 직원들의 직급을 한 단계씩 올려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김병수 상하이 모비스 총경리는 "근로자 한 사람이 이직할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면서 "다행히 올해 초 특별진급으로 4월까지 회사를 그만 둔 사람은 단 2명 뿐"이라고 밝혔다.
 

현대모비스(012330)의 현지화 전략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근로자들의 다양한 과외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각종 단합대회 등을 통해 현지 근로자들과 관리자들간의 유대를 쌓는 것에도 주력한다.

상하이 모비스의 경우 지난 3월 전 직원들과 함께 상하이에서 5시간 거리에 떨어진 곳으로 단체 등산을 다녀오기도 하는 등 근로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이와 함께 상하이 모비스에서는 매일 아침 7시 30분부터 1시간동안 한국인 주재원들 11명이 모두 특별 중국어 과외를 받고 있다. 비용은 본인이 절반, 회사가 절반을 부담하며 상급·중급·하급으로 나눠 본인의 실력에 맞는 과정에서 중국어 실력을 쌓고 있다. 원활한 의사소통이야말로 글로벌 모비스로 가는 첩경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오 부장은 "해외에 진출한 현대모비스의 현지화 전략은 궁극적으로 한국 주재원이 없어도 회사가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에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톱 10을 위한 영토확장 나선다

지난 2005년 매출액 기준으로 지난해 전세계 부품업체 중 20위를 기록했던 현대모비스는 오는 2010년까지 글로벌 톱 10 진입을 목표로 글로벌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측은 지난 2003년부터 회사 경영의 기본 방침을 `글로벌 경영`에 두고 해외 현대·기아차 공장 인근에 현대모비스 공장을 설립, 적극적인 부품 공급체계를 갖추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현지 성공이 곧 현대모비스와 직결되므로 철저한 품질관리로 현대·기아차를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달 준공식을 마친 기아차의 슬로바키아 공장에서는 이번 달부터 연간 4만5000대의 유럽형 스포티지를 출시한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는 수동변속기 1만대를 이곳에 납품할 계획이다.

또 현대·기아차의 해외 수출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요가 발생하는 A/S부품시장에서도 주도권 확보를 위해 세계를 권역별로 구분, 이미 벨기에, 두바이, 베이징, 마이애미 등지에 물류거점을 설립, 각종 A/S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현재 물류센터가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만 집중돼 있어 광활한 중국 시장에서 각종 물류비용 등으로 가격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오는 2009년까지 중국을 5대 권역으로 구분해 각 권역별 물류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6년 다임러크라이슬러(DCX)의 공식 모듈공급 파트너로 선정된 것을 발판으로 해외업체들과의 지속적인 연계를 통해 해외 OEM에 대한 공급을 확대한다는 것이 현대모비스의 방침이다.

이런 방침은 그동안 국내 부품업체들이 갖고 있었던 영세성·내수의존·취약한 핵심기술이라는 사업의 한계성을 탈피하기 위함이다. DCX와의 파트너십 체결로 이미 모듈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기술력을 인정 받았고 에어백 등 핵심부품에 있어서도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고 있다.

베이징 모비스 관계자는 "에어백의 경우에는 독자적인 설계·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어 그 기술력을 이미 인정 받은 상태"라며 "중국 현지업체들의 컨택도 많은데다 클레임이 걸린 적이 없을 정도로 매우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국 토종업체와 공급계약 협의가 진행돼 거의 성사단계에 이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김병수 상하이 모비스 총경리도 "중국 토종업체들로부터 컨택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로 인해 모비스의 이미지가 제고되고 러시아와 슬로바키아 등지로도 수출하고 있어 향후 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장기적으로 매출처 다변화 전략 펴야"

한편, 전문가들은 현대모비스의 글로벌화 전략에 대해 현대·기아차를 기반으로 하되 장기적으로는 핵심부품 기술을 육성하고 매출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기본적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와의 관계를 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모듈사업도 사업초기에는 마진이 남지 않지만 2~3년 정도만 꾸준히 해준다면 향후 높은 마진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모듈사업은 초기에 완성차 업체가 지정해준 가격과 규격에 맞춰 부품을 납품해야 하므로 이익이 많지 않으나 2~3년간 품질 수준을 유지하면 완성차업체에서 해당업체에게 재량권을 부여하게 돼있다.
 
따라서 현재 모비스가 DCX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모듈사업이 향후 계속 좋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후에는 부품을 모비스가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어 마진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이다.
                                                                                                                   
박화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의 설립목적은 현대·기아차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특히 A/S부품 쪽은 현재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기업 형태로 나가고 있으므로 짝퉁부품 단속 등을 잘 해주고 핵심부품 사업을 육성한다면 충분히 수익성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 덴소의 경우 모비스와 달리 모듈사업은 하고 있지않지만 도요타에 대한 매출 의존 비율이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장기적으로 모비스도 현대·기아차에서 벗어나 매출처 다변화를 꾀하는 것이 글로벌 전략으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전략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전략과 맞물릴 수 밖에 없다. 또 그 연장선상에서 DCX로 시작된 매출처 다변화 노력을 더욱 확대해야만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확정전략`이 생존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 처럼 모비스에게 `글로벌 경영`은 비껴갈 수 없는 숙명이다. 옛 현대정공이 내수를 통해 성장의 기틀을 다졌다면, 지금의 모비스는 글로벌 시장을 통해 제 2도약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 
 
세계적인 자동차부품 전문회사를 꿈꾸며 세계시장에 이제 막 진입한 모비스. 그들의 `글로벌 경영` 성과가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진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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