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주택 청약시장 열기가 한풀 꺾이고 있다. 대구 등 지방에서 시작된 청약경쟁률 진정세가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까지 퍼지면서 ‘만점통장’도 자취를 감췄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와 집값 하락 전망이 혼합되면서 진정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수요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입지에서 분양가 상한제의 대단지 아파트 청약이 흥행한다면 청약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반전 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서울 아파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
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1월 청약 결과에 따르면 전국 총 33개 아파트 단지 중 1순위 완판에 성공한 단지는 6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5%는 1순위에서 모두 미달됐다. 작년 청약홈을 통해 신청을 받은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19.3대 1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진정세가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서울에서도 감지된다. 올해 서울 첫 분양 아파트인 강북구의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1순위 청약경쟁률은 34.4대 1에 그쳤다. 지난해 서울 평균 경쟁률 162.9대 1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단지의 청약 당첨가점은 최고 76점, 최저 54점으로 집계됐다. 전체 평균 당첨 가점은 62.67점으로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빈번했던 만점통장(84점)은 자취를 감췄다.
흥행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고분양가로 지목된다. 이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으면서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서 분양됐기 때문이다. 전용 84㎡는 9억 2700만원(최저가)에서 10억 3100만원(최고가)으로 분양가가 형성됐다.
지방 청약시장은 진정세가 만연하다. 대구는 지난해 12월 신규 분양한 아파트 6곳 중 5곳의 청약이 미달했다. 올해 분양한 아파트 3곳도 1순위 청약률이 5~10%에 불과했다. 이밖에 △전북·경북·경남(각 3곳) △전남·강원(각 2곳) △광주·울산·제주(각 1곳) 등에서도 공급이 청약을 따라가지 못했다.
시장 안팎에선 청약시장의 진정세가 집값의 하락세 전환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는만큼 분양가가 높은 단지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다섯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0.00%로 2019년 9월3일 이후 약 2년 4개월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2019년 8월 이후 상승했던 경기도와 인천의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2년 5개월 만이다. 서울은 2주째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의 집값은 모두 약세를 보이게 됐다.
업계에선 분양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청약시장 양극화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분양예정 물량은 43만 3556가구로 지난해 31만 4276가구 대비 37% 가량 늘어난다. 서울에서만 4만 8360가구 분양이 예정돼 있어 지난해 6020가구 수준을 감안하면 8배 가까이 공급이 늘어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로또청약’에 대한 열기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에서 왔다는 점에서 보면 분양물량 중 입지가 좋고 분양가 상한제로 저렴한 물건에 인기가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며 “또 다른 단지가 ‘로또청약’으로 관심을 받고 흥행한다면, 시장 전반의 분위기는 반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