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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현(사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29일(현지시간) 최대 연 12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할 수 있는 LG전자(066570)의 ‘테네시 공장’ 준공식이 열린 클락스빌 현지에서 진행한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이처럼 밝혔다. LG·삼성 등 수입 세탁기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이끌어낸 장본인인 미국의 ‘월풀’은 정면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2월 미국은 한국 등 수입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 추가 관세 부과를 매기기 시작했다. 세탁기에 대해선 저율관세할당(TQR) 기준을 120만대로 설정하고, 첫해인 작년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해 20%,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50% 관세를 부과했다. 2년 차인 올해에는 각각 18%와 45%, 3년 차인 내년에는 16%와 40%를 때린다.
LG전자로선 이 같은 막대한 관세를 물어선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미국에서 연 300만대의 세탁기를 판매하는 만큼, 저율관세 쿼터 120만대를 제외하면 연 180만대를 현지에서 생산해야 했다. 테네시 공장을 예정보다 6개월이나 앞당겨 작년 12월 본격 가동한 배경이다.
이와 관련, LG전자 북미법인 관계자는 “송 사장의 언급은 이제 월풀 등 로컬 브랜드와 같은 조건에서 ‘제품력’으로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이프가드 발동 이후인 지난해 3분기 기준 미국 세탁기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을 보면, LG전자는 18%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반면, 월풀은 세이프가드 발효 이전 16%대에서 15%대로 떨어지며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선 LG전자의 발 빠른 현지 공장 가동과 ‘프리미엄급’ 신제품 출시를 통한 차별화 정책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송 사장은 미국 현지 생산 시설 구축의 가장 큰 장점으로 발 빠른 ‘시장 대응’을 꼽았다.
그는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이나 독립기념일 등 대목일 때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데, 앞으로 시장이 요구하는 모델을 일주일 내에 생산을 늘리는 방식 등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2~3개월 치 쌓아놓던) 과거와 달리 재고를 많이 안 가지고 있어도 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송 사장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에 대해선 “미국 시장으로만 보면 유리하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불리한 건 없다”며 “다만, 중국에 우리 공장들이 있는데,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만약 대중(對中)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생산라인을 한국이나 멕시코 등으로 옮기는 플랜B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