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분기 연속 적자’ 현대상선, 1兆 수혈…경영부진 벗나

정부 전폭 지원에도 위기론 부각
업계 “제2 한진해운 될까 우려”
해운업 불황에 高유가·저운임 악재
“2022년까지 몸집 두 배 이상 키울 것”
  • 등록 2018-11-03 오후 11:44:52

    수정 2018-11-03 오후 11:49:24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제2의 한진해운 사태를 초래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vs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금을 확보한 만큼 해운재건의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

국내 유일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011200)을 두고 갈린 ‘한 지붕, 두 시각’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현대상선이 위기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 일간에선 해운업 불황에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악재 상황에서 아직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정부 지원 정책에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13분기 연속 적자를 낸 현대상선이 경영 정상화 및 한국 해운산업 경쟁력 회복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1조원을 투입해 현대상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사격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사진=현대상선).
산업은행은 최근 현대상선 실사를 통해 1조원의 자금 투입을 위한 지원방안을 확정했다. 향후 필요한 자금은 다시 산업은행의 실사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당초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5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자본 확충과 선박금융 등을 통한 조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토대로 현대상선은 지금원 1조원 가운데 8500억원을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건조 △부산신항 4부두 지분 매입 △컨테이너 박스 150만개 구매 등 시설자금으로 쓰고, 나머지 1500억원은 당장 급한 불을 끌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상선은 경영 정상화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이번 정부 지원 발표 뒤 곧바로 비전 선포식을 열고 2022년까지 선복량(적재 능력)을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재도약 의지를 다졌다. 몸집을 키워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선사와 경쟁하겠다는 구상이다.

유 사장은 이날 “2022년까지 1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규모의 선복량을 확보하고 100억달러 매출을 달성하는 등 글로벌 톱클래스 해운사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체급’을 올려 글로벌 대형 선사와 경쟁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은 2017년 2월 한진해운 파산 처리 후 4차례에 걸쳐 2조원 가까이 지원해왔다. 2017년 3월 정부기관인 한국선박해양은 현대상선 선박 10척을 8500억원에 매입해줬다. 같은 해 12월엔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산업은행이 780억원을 투입했다.

이미 2조원의 정부 지원금이 투입된 현대상선은 2015년 2분기 이후 1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고전 중이다. 올해 상반기 3699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2593억원)보다 43%나 손실 폭이 더 확대된 수치다. 13분기 누적 적자만 1조8600여억원이다.

해운업 경기도 좋지 않다. 가파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기름값 부담이 커진데다, 화물선 운임지수까지 내리막을 걷고 있어서다.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2017년 기준 301.6%로 높은 수준인 반면, 실적 회복은 여전히 요원하다. 올 3분기 적자 폭도 확대할 전망이다. 유창근 사장도 “지금의 유가·운임 추이라면 2020년 2분기에나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대규모 자금 지원이 현대상선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운업 재건을 위해 하나 남은 국적사인 현대상선에 추가 지원해야 한다는 정부의 취지는 알겠지만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지원 금액 산정의 근거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아울러 현대상선의 체질 개선 강화 및 경영 정상화에 대한 로드맵을 제대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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