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011200)을 두고 갈린 ‘한 지붕, 두 시각’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현대상선이 위기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 일간에선 해운업 불황에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악재 상황에서 아직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정부 지원 정책에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13분기 연속 적자를 낸 현대상선이 경영 정상화 및 한국 해운산업 경쟁력 회복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1조원을 투입해 현대상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사격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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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토대로 현대상선은 지금원 1조원 가운데 8500억원을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건조 △부산신항 4부두 지분 매입 △컨테이너 박스 150만개 구매 등 시설자금으로 쓰고, 나머지 1500억원은 당장 급한 불을 끌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유 사장은 이날 “2022년까지 1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규모의 선복량을 확보하고 100억달러 매출을 달성하는 등 글로벌 톱클래스 해운사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체급’을 올려 글로벌 대형 선사와 경쟁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은 2017년 2월 한진해운 파산 처리 후 4차례에 걸쳐 2조원 가까이 지원해왔다. 2017년 3월 정부기관인 한국선박해양은 현대상선 선박 10척을 8500억원에 매입해줬다. 같은 해 12월엔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산업은행이 780억원을 투입했다.
해운업 경기도 좋지 않다. 가파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기름값 부담이 커진데다, 화물선 운임지수까지 내리막을 걷고 있어서다.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2017년 기준 301.6%로 높은 수준인 반면, 실적 회복은 여전히 요원하다. 올 3분기 적자 폭도 확대할 전망이다. 유창근 사장도 “지금의 유가·운임 추이라면 2020년 2분기에나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대규모 자금 지원이 현대상선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운업 재건을 위해 하나 남은 국적사인 현대상선에 추가 지원해야 한다는 정부의 취지는 알겠지만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지원 금액 산정의 근거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아울러 현대상선의 체질 개선 강화 및 경영 정상화에 대한 로드맵을 제대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