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복제약 업체 인수 종착지 ‘일동제약’ 정조준
녹십자는 지난 16일 특수관계인 녹십자홀딩스, 녹십자셀 등과 함께 일동제약의 주식 735만9773주(29.36%)를 확보,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등 최대주주의 지분율(34.16%)에 턱밑까지 근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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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6월 녹십자에 인수된 녹십자셀(당시 이노셀)도 지난해 4월부터 일동제약 주식 매입에 가세하며 측면지원에 나섰다.
만약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분 9.99%를 보유한 피델리티로부터 주식을 추가로 인수하면 단숨에 일동제약 경영권을 확보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녹십자는 지난 2012년 3월부터 일동제약의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녹십자생명이 일동제약의 지분 8.28%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현대자동차가 녹십자생명을 인수할 때 녹십자가 이 지분을 인수하며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녹십자는 2012년 12월 환인제약이 보유하던 일동제약 주식(7.07%)을 시간외매매를 통해 넘겨받으면서 2대주주로 등극했다.
2010년에는 삼천리제약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동아제약에 고배를 든 적이 있다. 이후 복제약의 강점이 있는 업체를 인수 대상을 물색했지만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십자는 동아제약의 주식을 4% 가량 보유했다가 지난해 동아제약의 분할 직후 보유 주식 대부분을 매각했는데, 이 때에도 녹십자가 동아제약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복제약 업체의 매각 소문이 나올 때마다 인수자로 녹십자가 거론돼왔다”면서 “녹십자가 혈액제제나 백신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어 복제약 중심 업체를 인수하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일동제약. 경영권 위협 최대 위기..‘개인투자자 때문에’
일동제약은 회사와 인연이 깊었던 개인투자자 때문에 경영권을 뺏길 위험에 처했다. 녹십자는 이번에 개인투자자 이호찬씨로부터 12.57%의 지분을 넘겨받았다.
당초 이 씨는 오랫동안 일동제약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됐지만 2012년 말 경영진을 불신임하는 내용의 주주총회 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하며 경영진과 등돌렸다.
안희태씨와 이호찬씨는 2012년 처음으로 연대세력을 꾸리고 일동제약 경영진을 압박하기도 했다. 안 씨와 이 씨 모두 부친이 오랫동안 일동제약에 재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안 씨가 보유한 주식을 사들이며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잠재웠지만 이호찬씨의 주식을 미처 확보하지 못한 점이 뼈아팠다.
결국 일동제약 입장에선 개인투자자들의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주사 체제 전환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녹십자라는 더 큰 위협세력을 맞게 됐다.
현재로서는 오는 24일 일동제약의 임시 주총에서 녹십자가 회사 분할안에 반대표를 던지며 무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다만 녹십자가 당장 경영권 인수를 시도할지는 미지수다. 녹십자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결정된 것이 없다. 회사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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