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에 대한 준비는 해야 할 단계이지만,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다”(14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본격적인 출구전략 돌입 시기를 두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시각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경기회복 속도가 금리인상을 감당할 수준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민간 주도의 자생적인 경기회복이 나타날 때 까지 금리인상을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은은 역사상 최저 수준인 2.0%의 기준금리가 유동성 버블을 만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본격화되고 있는 데 경계심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 정부 확장적 재정기조 고수.."민간의 자생적 회복 기조 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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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설비투자가 여전히 -15%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어 경제활동이 정상화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민간소비와 내수 등의 지난 분기 감소율(전년 동기비)이 각각 -0.8%와 -0.1%까지 올라왔지만, 상당수가 정부의 재정지출 등의 효과로 분석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민간소비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상당부분이 재정지출 효과로 인한 것이라 민간의 경제활동이 회복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경기측면에서 금리인상 여파를 감당할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 중반에 머물러 있는 것도 금리인상 필요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유가 상승 등의 불안요인이 있지만, 민간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당분간 물가불안이 가시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때문에 정부는 당분간 민간 수요 회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8월까지 199조원의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등 재정지출을 늘린 데 이어, 3분기에도 4분기 예산 중 12조원을 조기 집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애초 2012년이었던 재정수지 균형 시점을 2013~2014년으로 늦춰 잡고, 30%대로 억제키로 했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40%를 초과하지 않는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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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은은 2.0% 수준의 초저금리 상태가 만드는 부작용에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 값 상승 등 자산 버블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데 경계감을 높이는 분위기다.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은 지난 2월 상승세로 돌아선 뒤, 지난 7월 상승률이 거의 1%에 육박했다.
주택담보대출이 월 평균 3조원씩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은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부동산 값이 월평균 1~2%씩 급등했던 지난 2006년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성태 총재는 이에대해 “상당히 낮은 정책금리를 가져갈 때 너무 많은 빚을 지도록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것으로 인해)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쪽에 설명하기 어려운 거품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초저금리가 자산 버블로 이어진다고 판단되면 기준금리를 올려서라도 이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시장이 `경색`국면을 딛고 상당부분 정상화된 것도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통화량 증가의 둔화 정도가 약해지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5월을 기준으로 증가율이 둔화됐던 광의의 통화(M2) 증가율은 6월 9.6%를 기록해 저점을 다진 뒤 7월에는 9.7%로 상승했다. 반면, 현금과 요구불 예금 등 단기 자금으로 구성되는 협의의 통화(M1) 증가율은 18.5% 수준에서 정체됐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이번달 통화정책결정문에서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와 시중자금의 단기화 현상은 다소 완화되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금융시장이 금리인상을 충분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안정화됐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 재계 "출구전략 논의 부적절"..금융시장은 기정사실로 인정
그러나 민간에서는 아직 출구전략 논의에 부정적이다. 특히 재계에서는 감세 등 부양책을 지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출구전략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중금리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됐던 지난 6월 금통위 이후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국고채 3,5년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보다 2.5% 이상 높은 4% 중반대로 올라섰다. 기준금리를 두 세 번 인상할 것을 미리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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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시적인 차원에서의 출구전략은 상당부분 진행됐다. 정부가 중소기업들에 대한 신용보증확대 조치와 대출 연장 등을 중단한 데 이어, 한은 역시 지난 4월 중순경까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형태로 지원한 27조원 중 16조8000억원을 회수했다. 외국환 평형기금과 한미 통화스왑 자금을 활용해 은행 등에 공급한 외화유동성도 270억달러 중에서 220억달러 가량을 회수했다.
한은은 오는 11월 부터 지난해 은행채와 주택금융공사채 등까지 확대했던 공개시장조작 대상 증권을 원래대로 국고채와 정부보증채, 통안증권 등으로 한정할 계획이다.
◇ "금리인상 시기 빠르진 않겠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야"
경제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는 경기회복 강도가 출구전략 돌입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은이 섣부른 금리인상으로 경기 회복기조가 꺾이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한은 관계자 역시 “민간 부문에서 자생적으로 고용이 늘어나서 소득이 증가하고 소비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야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때에는 자연스럽게 금리정상화 논의가 일어날 것”이라고 이같은 지적에 동의했다.
때문에 본격적인 금리인상 이전에 미시적인 출구전략 대책이 선행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6조5000억원에서 10조원까지 확대된 총액한도대출의 한도를 다시 축소하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을 경우 연내 금리인상에 대한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에대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를 나타낼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2분기 성장이 3분기 성장을 앞당겨 실현시킨 측면이 있어서 그렇게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이 월 1%대 상승률을 보일 정도가 아니면 연내 금리인상에 대한 당위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초저금리 상태가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경제주체에게 각인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금리정상화에 대한 준비를 촉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경기에 대한 부담 때문에 바로 금리를 올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상태를 지속할 수는 없다"며 "경제주체들에게 금리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줘서 이에 따른 경제활동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이코노미스트 역시 "가계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대출 부실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높아진 대출금리의 가산금리를 다시 낮추기 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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