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중간점검)③앞서간 외국에선 어땠나?

[이데일리 김유정기자] "씨티뱅크가 속였다!!(Citibank cheating)"

작년 연말 홍콩 씨티뱅크 지점 앞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관련된 금융상품 손실이 커지자 200여명의 투자자들이 씨티은행 앞으로 모여든 한 것이다. 항의 이유는 바로 `적합성의 원칙`에 위배된 금융투자상품 판매. 이들은 씨티은행이 자신들에게 적합치못한(unsuitagble) 상품을 판매했다며 분노했다.

홍콩에서는 리먼 파산 이후 노령투자자를 중심으로 불완전판매에 대한 보상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투자자 보호 미흡에 대해 시위를 하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고, 알버트 호 홍콩 민주당수도 정부의 대책 미흡을 비난하고 나섰다.

결국 홍콩 소비자협회(Hong Kong's Consumer Council)는 작년 10월 리먼 관련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판매은행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 일본, 금융상품 판매 `조심 또 조심`

리먼 관련 금융상품 손실에 대해 투자자들이 홍콩 씨티뱅크 지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200여명의 투자자들은 씨티은행이 적절치 못한 상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항의 시위를 벌였다. 투자자가 들고 있는 플래카드는 `씨티뱅크가 속였다(Citibank cheating)`라는 의미다. 사진출처:AP

불과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곳 일본의 모습은 어떨까.

도쿄에 위치한 조그만 가와사키우체국. 한 켠에 자리한 펀드상담 전용 조그만 부스에 한 고객이 우체국 직원으로부터 펀드 상담을 받는다. 펀드 가입이 처음이라는 이 고객은 무려 두시간 설명을 듣고는 `집에 가서 한번 더 생각해보고 다시 오라`는 우체국 직원의 말대로 제공받은 자료를 챙겨들고 우체국을 떠났다.

한국에서는 이달 초부터 투자자보호를 강화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통법)이 시행됐다. 이보다 앞서 일본에서는 2007년 9월30일자로 금융상품거래법이 발효됐다.

법 도입이 1년여 지난 지금, 일본 펀드업계는 펀드 판매가 예전보다 줄었다는 이유로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투자자보호가 강화된 것만큼은 분명해보인다.

판매사들은 자체 내규를 강화하고 자발적 모니터링을 실시하는가 하면 리소나은행의 경우 `창구판매체크부장`을 도입, 작년 10월1일부터 창구에서 금융상품(펀드, 보험, 대출상품)이 적정하게 판매되는지를 188개 지점 모두에서 체크하도록 하고 있다.

또, 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일반투자자에 한해 최고 1000만엔까지 투자금액을 보호받도록 하고 있다. 이는 펀드투자자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증권회사에서 판매하는 모든 금융상품에 해당한다.

◇ 英 `금융 옴부즈맨`..美 "분쟁사례 열람하세요"

일본 가와사키우체국의 펀드상담 부스에서 우체국 직원이 한 고객에게 펀드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한국의 자본시장법(자통법)은 영국 금융서비스법(FSA)을 바탕으로 한 호주의 금융서비스개혁법(FSRA)을 모태로 하고 있다. 영국 FSA는 한국 자본시장법의 벤치마크 모델인 셈이다.

영국에서는 2000년 6월 금융서비스시장법(Financial Services and Markets Act)이 제정됨에 따라 기존에 별도로 운영되던 금융소비자보호제도를 같은해 12월부터 금융서비스보상기구(FSCS)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금융회사 파산으로 인해 보호대상 금융상품을 돌려받지 못해 입게되는 손실은 물론, 금융상품 판매과정에서 잘못된 자문이나 설명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투자자 손실까지 폭넓게 보호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FSCS는 펀드는 물론 고객예탁금, 주식, 선물, 옵션, 개인연금, 모기지 대출 등을 보호대상 금융상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금융서비스 옴부즈맨`이라는 비정부단체에서도 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다. 금융기관과 일반 투자자간 분쟁 조정을 담당하는 곳으로 투자자가 분쟁 조정 내용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법적 소송 등 절차를 취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금융기관과 상품 등에 대한 제재내용을 홈페이지(http://www.sec.gov/divisions/enforce/claims.htm)에 게시해 모든 투자자들이 열람할 수 있다.

이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면 2005년 2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캐피탈매니지먼트가 마켓타이밍 트레이딩으로 펀드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혀 3억7500만달러를 지급한 사실 등을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