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기름을 넣어야 사업을 할 수 있는 항공 업계는 초비상. 소비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자동차를 움직여야 소비도 이뤄지는 만큼 유통 업계도 전전긍긍이다.
수요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 역시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항공업계..高유가 `직격탄` 맞아
9.11 충격을 이제야 극복하고 있던 항공 업체들은 경기후퇴(recession)로 소비가 줄어들면서 이미 경영에 타격을 입은 상태다.
여기에 유가마저 치솟으면서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다섯 달 동안 미국에서만 7개의 항공사가 파산하거나 운영을 중단했다.
주식 시장에서도 이런 불안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130달러에 육박하면서 미국 항공업지수(US Airlines Index)가 3.2% 급락했으며, 14개 항공사 주식이 모두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브리티시에어웨이(BA)의 윌리 월시 최고경영자(CEO)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현재 항공 업계는 국제 유가가 100달러 아래였다면 경험하지 않았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실패들을 목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애널리스트는 항공사 운영 비용 가운데 40% 가까이를 항공유 구매에 사용하는 업계 특성상, 하루에 3%씩 오르는 유가는 한 해 전체 수익을 날리기에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치솟는 유가 등으로 경영의 타격을 입은 미국 항공업계는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추진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어려움 가중..고연비 차량 선호
휘발유 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 자동차 업계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업계는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에서 올해 1500만대 정도 판매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북미 지역은 2005년까지 연 1700만대 이상 팔리던 시장이었다.
특히 최근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대형차의 판매는 급감하고 연비가 적게 드는 소형차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대형차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 자동차 업계는 울상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나 픽업트럭이 주력 차종인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 그리고 크라이슬러는 매출이 크게 줄었다.
포드는 이날 고유가가 지속되고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가 줄 것으로 판단, 연비 효율이 떨어지는 픽업트럭과 SUV 생산을 줄일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 미국인들 `절약모드`돌입..유통업체에는 충격
일부 미국인들은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차량 운행을 줄이거나 외식같은 부수적인 소비를 최대한 억제하는 등 전에 없던 `절약 모드`로 들어가면서 유통 업체도 울상이다.
경기후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원유 가격마저 치솟자 소비자들의 어려움이 배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쇼핑센터협회(ICSC)의 마이크 니미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휘발유 가격 상승이 판매실적을 갉아먹고 있다"면서 "휘발유 가격이 부가적인 소비를 억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그렇잖아도 요즘 실적이 좋지 않은 유통 업계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20일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 소매 지수는 2% 가량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