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인기가 높았던 단기 국채에 대한 수요는 줄어든 반면 채권 발행 주체인 기업들은 장기 채권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조만간 금리인하를 중단하고 미국 경제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경기 좋아진다`..수익률 평탄화 `한창`
채권 시장의 해빙 무드는 수익률 곡선 평탄화(flattening)가 진행되고 있는 국채 시장에서 두드러졌다. 2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전일 대비 1.0bp 오른 3.57%, 2년물의 수익률은 7.0bp 오른 1.87%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스프레드(수익률 격차)는 170bp까지 좁혀졌다. 지난달 6일 해당 채권의 스프레드는 2004년 6월 이래 최대폭인 208bp까지 벌어졌었다.
30년과 2년물의 스프레드도 3년 반 만의 최대폭이었던 306bp에서 한 달여 만에 251bp까지 축소됐다. 미 국채 시장의 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지고 있는 것이다.
국채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는 단기 채권인 2년물의 수익률이 상승하면서(가격은 하락) 생기는 `약세장 평탄화(bear flattening)`의 성격이 강하다. 경기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시장이 약세장 신호를 보낸다는 것은 시장이 그만큼 경기 회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9월 이후 FRB가 기준금리를 총 300bp 인하한 영향으로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국채 2년물의 수익률은 한때 1.5%를 하회하기도 했다. 현재는 2% 수준에 육박한 상태다.
◇FRB 내년에는 금리 올릴 것..`수익률 스티프닝` 이용한 전략 청산
블룸버그 통신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59명의 채권 전문 스트래티지스트은 FRB의 올해 추가 금리 인하폭은 50bp에 그칠 것이고 내년부터는 다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답했다.
FRB가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각각 5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2년물과 5년물 국채를 시장에 내다판 것도 단기 채권 수익률에 상승 압력을 가했다.
뉴저지 소재 스톤 앤 맥카시 리서치 어소시에이트의 존 캐너번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가파른 수익률 곡선을 이용하는 거래(the steep yield curve trade: 장기 채권을 팔고 가격이 상승하는 2년물 등 단기 채권을 사는 거래방식)가 청산되고 있다"며 "수익률 곡선 평탄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10년만에 처음으로 장기채 비중이 많았다
신용시장의 해빙 무드는 회사채 시장에서 보다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장기 회사채 발행 규모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단기채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차지하는 장기채권의 비중은 평균 39%에 불과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회사채를 발행하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지난해 1분기 23%에 불과했던 장기채 비중을 올해 같은 기간에 39%까지 늘렸다. 미국 최대 통신회사 AT&T는 지난 8월 이후 47억5000만달러의 30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AT&T가 지난 3년 동안 발행한 30년 만기 채권의 8배를 넘는 규모다.
미국의 기업들이 이처럼 회사채 발행에 열을 올리는 것은 FRB의 금리인하 기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FRB가 기준금리를 동결 혹은 인상하면 회사채 금리는 상승하게 되고 이 경우 기업들은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진다.
◇발행비용 낮을때 장기로 많이 발행하자는 전략
따라서 금리 하락 추세가 끝물이라고 판단한 기업들이 발행 비용이 쌀 때 자금을 장기로 대량 조달해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장기채 발행 규모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해 6월 6.19%에 이르렀던 장기 투자적격등급 채권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 1월 5.37%까지 하락했다. 2년 만의 최저치였다. 이후 장기 투자적격채의 평균 수익률은 꾸준히 상승해 1일(현지시간) 6.03%까지 올랐다.
블룸버그 통신이 스트래티지스트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회사채 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은 내년 말까지 지금보다 50bp 오른 4%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쌀 때 많이 찍어두자`는 전략의 잇점은 미국 최대 의료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2월 유나이티드헬스가 30년 만기 채권을 34년 역사상 최대 규모인 11억달러 규모로 발행했을 당시 금리는 6.875%였다. 2000년 4억달러 규모의 5년 만기 채권을 발행할 당시 금리가 7.5%였음과 비교해 볼 때 더 많은 액수의 장기 채권을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발행한 셈이다.
ABN 암로의 빈센트 머레이 매니징 디렉터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말까지 회사채 조달 비용은 2001년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금리가 싼 지금이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적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