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거품)①차이나 신드롬, 차이나 리스크

  • 등록 2003-11-17 오전 11:20:41

    수정 2003-11-17 오전 11:20:41

중국이 사상 유례없는 초고속 성장을 기록하며 21세기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수출과 수입은 올해도 30% 이상 급증하며 미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성장의 새로운 엔진임을 입증했다. 세계의 기업과 자금은 중국으로 몰리며 이른바 "차이나신드롬"을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고성장은 과열을 낳고 부동산과 자동차, 통신시장 등에서는 거품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가 중국효과에 취해 있는 사이 대륙의 거품이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한 것이다. 중국은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까. 거품은 실재하고 또 붕괴될 것인가. 중국과 함께 살아가야 할 21세기에 세계가 풀어야 할 새로운 숙제를 다각적으로 살펴본다.(편집자) [edaily 강종구기자] 중국이 잠에서 깼다. 세계는 두렵다. 200년전 나폴레옹의 경고 그대로다. “중국은 잠자는 거인이다. 그를 자게 하라. 그가 깨면 세계가 떨 것이다” 라는 경고가 현실화됐다. 거대한 중국은 불도저처럼 세계 시장에서 영토를 확장하며 지구촌 경제지도를 다시 그린다. 중국은 어느새 “함께 하지 않으면 외톨이가 되고 말”현실로 다가섰다. ◆"용의 승천" 세계 무역의 슈퍼 파워 미국 증권사 골드만삭스는 “21세기는 중국의 시대”라고 선언했다. 아시아지점 부사장인 케네스 커티스는 지난달 31일 “오늘날 중국은 100년전 미국의 모습과 똑같다”며 “이제 문제는 중국을 세계 경제에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이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브릭스”(Brics)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그리고 중국의 영문 머릿글자를 딴 것으로 2050년에는 이들 4개국이 선진7개국(G7)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2041년을 기점으로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된다고 점쳤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중국은 세계 경제 밖에 있었다. 1980년 중국의 수출규모는 세계수출의 1.2%에 불과했고 수입은 1.1%였다. 지난해 수출비중은 5.2%, 수입비중은 4.2%로 팽창했다. 93년부터 수출은 연평균 17.3%라는 엄청난 속도로 증가했다.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이 속도가 그대로 이어지면 2010년쯤엔 미국보다 수출이 많아진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5위 수출국이고 올해는 30%이상 급증하며 프랑스마저 제쳤다. 수입은 세계에서 6번째이지만 일본, 영국, 프랑스는 사정권이다. 미국, 독일에 이어 3등이 눈앞이다. 중국 정부 내부에서는 수입은 향후 3년안에 1조달러에 달해 2010년이 돼야 1조달러가 될 수출을 크게 앞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빠르면 내년초 무역적자국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는 정부 관료들도 늘어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주요국중 단연 1위다. 78~2000년 연평균 9.6% 성장했고 90년이후로도 연평균 9.3% 커졌다. 최근 수년간의 세계적인 침체도 중국에게는 말 그대로 딴 나라 얘기. 2000년 8.0%, 2001년 7.3%, 지난해 8% 성장했다. 미국 경제는 3년간 연평균 2.15%, 일본은 1.16% 커진 게 고작이다. 유로존은 주요 국가들이 침체와 정체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지난해 유로존의 성장률은 0.8%, 그나마 올해 2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이다. ◆세계 경제의 새로운 엔진 불황이 무엇인지 잘 모를 것 같은 세계 최대 소매업체 미국 월마트. 작년 매출액 2450억달러로 2위인 프랑스의 카르푸를 3배차이로 따돌리고 있는 이 회사가 살아가는 법은 “고객에게 언제나 최저가격을 제공한다(Everyday low prices)”는 것이다. 중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법한 모토다. 월마트가 수입하는 중국 상품은 미국 전체 대중 수입액의 10%에 달한다. 미국 본토 월마트 매장에서도 중국산이 가장 많이 진열돼 있어 중국기업인지 미국기업인지 헷갈릴 정도다. 어디 월마트 뿐이겠는가. 일본이나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은 이른바 “중국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의 주요 국가들이 실적을 공개한 후 발표한 향후 투자계획에서 “중국”은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였고 이는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이웃나라 일본도 중국 못지 않은 초고속 성장으로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됐다. 최근 일본은 10년 이상 불황을 겪었지만 세계는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했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일본은 한쪽 문(수입)을 굳게 걸어 잠근 채 다른 문(수출)을 통해 세계 정복에 나섰지만 중국은 훨씬 더 개방에 적극적이다. 80년대 일본 컴퓨터에 100%의 보복관세를 때린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주역 미키 칸토는 “중국은 80년대 일본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수입은 전체 경제규모의 8% 가량에 불과하다. 중국은 올해의 경우 수입이 GDP의 3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침략자였다면 중국은 세계경제를 포섭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7월이후 미국을 누르고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올해 10월까지 대중국 수출비중은 17.9%로 17.6%인 미국을 앞서고 있다. 국내기업의 해외투자에서 중국비중도 36.6%로 단연 독보적이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수출이 줄어든 공백을 중국이 메워줘 올해 수출호조가 가능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른바 “중국효과”는 올해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가 누린 햇볕이다. 이달 초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아시아의 보아오포럼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중국의 지속적인 고성장이 아시아와 세계 인민들에게 도움을 줬다”고 연설했다. 중국 경제는 올해 3분기까지 8.5% 성장했고 아시아의 대중국 수출은 43.1% 늘어났다. 일본은 39.7%, 한국은 52.8%, 인도는 85.3%, 아세안국가들은 54.5%만큼 지난해보다 중국 수출이 늘었다. 올해 한국과 일본의 수출증가분중 대중국 수출의 비중은 40%를 넘고 호주, 대만 역시 37%에 달해 중국이 수출성장의 주요 원천이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의 GDP규모는 지난해 기준 세계 전체의 4% 수준이지만 세계 전체 생산에 대한 기여율은 17.5%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 쩡페이얀 중국 부총리는 중국의 올해 교역규모가 8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입은 3분기까지 2986억달러인데 연말까지 395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다. 수입은 올해들어 9월까지 41% 급증했다. 중국이 아니었다면 미국의 경제회복 속도도 늦춰졌을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지난 2001년 이후 세계 어느 나라에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22% 늘었다. 세계 나머지 지역에 대한 미국의 수출은 겨우 3% 증가했다. 그레고리 맨큐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은 “중국이 없으면 미국 수출성장률은 훨씬 더 둔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드인차이나는 다른 나라에서의 수입을 대체했을 뿐이고 미국 제조업의 문제는 수출감소라는 지적이다. ◆중국이 기침하면 세계가 감기걸린다 세계의 돈과 세계의 기업들이 중국행 급행열차를 타고 속속 대륙으로 대륙으로 몰려든다. 또 한쪽에서는 중국이 자기네 시장과 자기네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아우성이다. 중국은 “희망”이며 동시에 “공포”다. 13억 인구가 제공하는 싸고도 질 좋은 노동력은 세계 기업들의 생산원가를 현격히 줄일 수 있게 해준다. 반면 기술이 아닌 노동력에 의존하던 기업들은 중국기업들의 공격에 소리없이 사라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병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규모는 4680억달러. 이중 대중국 적자가 22%를 차지한다. 올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13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무역적자가 급증하자 미국 정계와 재계는 “중국을 벌주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목소리만 클 뿐 실제 행동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의회에 상정된 6개의 중국 제재 법안중 가장 심한 것은 중국 수입품에 대한 27.5%의 보복관세 부과방안. 그러나 부시행정부는 클라크 랜트 주중 미국 대사를 통해, 정부가 이 법안을 거부했다고 중국 측에 통보했다. 얼마전 도널드 에반스 미국 상무부장관은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이 개방하지 않으면 미국도 중국 제품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은 적이 있었는데 존스홉킨스대학교 데이비드 램톤 교수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국에 강력히 대처하는 것 처럼 보이기 위한 부시행정부의 정치적 제스처”로 폄하했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에 따르면 1994년 이후 늘어난 중 수출의 3분의 2는 외국기업 또는 외국 자본을 받아들인 합작기업들이 만들어 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세계 주요 경제선진국들의 대표선수나 마찬가지. 중국에 좋으면 이들에게도 좋고 중국에 손해면 이들에게도 손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0일 의회에 제출한 ‘국제경제와 환율정책에 관한 보고서’에서 의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미국보다 먼저 중국의 위안화 환율이 절상돼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던 일본은 정작 지난 9월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고 일본은행(BOJ) 총재의 중국 방문에서도 입을 다물었다. 미국과 일본이 왜 그랬을까. 일본 재무관을 지냈고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게이오대학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를 들이대며 “일본 기업의 70%가 위안화 절상에 반대한다. 미국 기업의 50~60%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가 평가절상되면 그곳 수출이 타격을 입을까 봐 걱정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성장도 두렵지만 중국경제의 둔화는 더 두렵다. 중국 경제는 내년에 성장속도가 급격하게 둔화될 것이란 경고가 흘러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 UBS 등 세계 유수의 증권사들은 내년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4%대로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경기과열이나 소비와 투자의 불균형, 실업문제와 부실채권 등 경제 곳곳에 숨어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경제조정(경제개혁의 중국식 표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회복 초기단계에 있는 세계경제도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가장 큰 희생자는 중국의존도가 급격히 늘어난 한국 등 인접국가들이 된다. 그러나 중국에 들어가 있는 외국 기업들도 직접 영향권에 들고 미국 유럽 등도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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