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주 교육당국은 이달 7일부터 학교 내 마스크 의무화 규정을 없앴다. 당국 측은 “지역사회에 반대 의견을 가진 주민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모든 교직원과 학생이 마스크 착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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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마스크’ 이후에도 감염자 줄어
오미크론 변이 대확산이 불과 한두달 전 얘기인 만큼 마스크 착용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두 자녀의 등굣길을 함께 하면서 이런 예상은 깨졌다. 15명 안팎인 한 반에서 마스크 착용 학생은 1~2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턱스크’ 수준이었다. 한 교사는 “백신 접종 완료 학생들이 대부분이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공립학교는 아침 8시30분에 시작해 오후 3시 혹은 4시에 끝난다. 학생들은 대부분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특히 방역 개념이 약한 저학년들은 팬데믹의 최대 취약층으로 꼽혀 왔다. 그런 점에서 방역정책에 가장 보수적이었던 학교의 변화는 큰 의미가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팬데믹 역사의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노 마스크’의 결과는 어떨까. NYT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뉴저지주가 7일 학교 내 마스크 의무화 규정을 없앤 뒤 2주 후(월~금 등교일 기준)인 18일 기준으로 지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778명으로 나타났다. 2주 전보다 오히려 35% 감소했다.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15% 늘었는데, 감염자는 줄어든 것이다. 입원자(-39%)와 사망자(-52%) 역시 급감했다. ‘위드 코로나’의 전환점인 실내, 특히 학교 마스크 의무화를 폐지했음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일상은 이미 엔데믹(endemic·풍토병)이 상륙한 분위기다. 뉴욕주와 뉴저지주에 있는 홀푸드마켓, 타겟, 트레이더조 같은 대형마트 안에는 마스크 미착용자가 훨씬 많다. 직원들마저 마스크를 거의 벗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한창일 때 상대적으로 깐깐하게 백신 접종 증명서를 검사했던 맨해튼 식당들은 이제 이를 요구하지 않는다. 뉴욕시에서 무역업을 하는 한 기업인은 “맨해튼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게 이상하게 보일 정도”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마스크를 오래 쓰면 외부 공기 유입이 원활하지 않아 면역계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심지어 확진 학생이 나온 이후 학교의 대처마저 크게 바뀌었다. 뉴저지주 A 초등학교에서는 18일 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한두달 전만 해도 밀접 접촉 학생들은 모두 음성 확인서를 제출한 후 학교에 올 수 있었다. 그전까지는 줌(zoom) 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도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면 무리 없이 등교할 수 있다. 학교당국과 학교 교사들, 학부모들, 학생들 모두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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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 오미크론 지나면 진짜 엔데믹 온다”
일각에서는 유럽에서 번지는 스텔스 오미크론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하다. 필 머피 뉴저지주지사는 “감염자 증가 가능성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지역 매체들은 전했다. 그러나 이전 변이 때와는 기류가 확연히 다르다. 머피 주지사는 ‘노 마스크’ 정책을 되돌리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스텔스 오미크론을 무난하게 지난다면 진짜 엔데믹이 온다”는 목소리가 많다.
미국은 2020년 3월 코로나19 초기 때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나라다. 그러나 그 이후 백신 개발, 단계적인 셧다운 완화, 엔데믹 전환 등 고비마다 전 세계 방역정책의 표준을 이끌었다. 그 기간이 2년에 불과할 정도로 민첩했다는 평가다.
미국은 이를 ‘과학의 승리’라고 결론짓는 기류다. 한 바이오업계 인사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이 급부상했는데, 이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곳은 거의 미국이 유일하다”며 “어떤 변이가 닥쳐도 기초과학이 강한 미국이 방역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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