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개정과 철강 관게 부과 면제 협상이 조기에 타결됐지만 우리 정부가 내건 한미FTA의 ‘이익 균형’이 훼손됐을지가 관건이다. 우리가 요구했던 미국의 무역구제 남용을 막기 위한 수단을 얻지 못할 경우 추후 트럼프발 무역보복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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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개정과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부과 협상을 마치고 귀국한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5일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FTA와 232조 철강 관세에 대해 미국과 원칙적인 합의, 원칙적인 타결을 이뤘다”면서 “다만 아직 실무 차원에서 몇 가지 기술적인 이슈가 남아있는데 곧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협상 결과에 대해 26일 열리는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자세한 협상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아울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시간에 쫓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에서 빠르게 성과를 내기로 방향을 튼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미 FTA가 일정 수준에서 빨리 개정된다면,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통상 분야의 첫 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협상은 물꼬가 한번 터지면 급속도로 진행된다”면서 “나프타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한미FTA에서 빠른 성과를 내려는 것도 한몫을 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우려와 달리 미국측이 요구한 미국산 자동차 부품의 의무사용 및 원산지 규정 강화 등은 개정협상에서 반영되지 않았다고 김 본부장은 밝혔다. 반면 비관세 무역장벽 해소 등은 어느정도 미국 측 요구를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미국은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한국시장내 자동차 관련 안전·환경 규제 완화와 미국시장의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철폐 기간 조정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나 트럼프 무역보복은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이달 말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 투자에 장애가 되는 각국 관행이나 정책이 담긴 ‘나라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발표한다. 여기에 다른 나라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지정해 제재를 가하는 ‘슈퍼 301조’를 부활시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초 우리가 요구했던 ‘불리한 가용정보(AFA)’ 등 무역구제 남용을 막기 위한 수단을 구체화하고 ISDS(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제도) 개정을 얻어냈는지가 관건이다. 철강관세 면제만 치중하다가 무역구제에 대한 근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향후 사안별 협상에서 계속 미국 전략에 말려 끌려갈 위험이 있는 셈이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 연구위원은 “예상과 달리 한미FTA 개정협상이 조기에 종료된 것은 상당히 의외”라면서 “무역구제 남용을 막을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협상을 마무리했다면 향후 트럼프발 통상압력에서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