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닉 자금은 조세 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통해 국내외 자산에 재투자되거나 가족자산의 신탁회사를 통해 해외펀드에 대한 투자로 교묘히 위장되는 등 은밀하고 지능적인 수법들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조사에선 그동안 조세조약이나 정보교환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아 탈세의 '무풍지대'였던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에까지 조사망이 확대돼 국제공조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국세청은 25일 조세피난처 등에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기업자금을 불법유출한 혐의가 있는 4개 기업과 해당 기업의 사주에 대해 6개월동안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탈루소득 6224억원을 적발하고 이중 3392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또 케이맨군도, 브리티시 버진 아일랜드 등 조세 피난처에 소재한 신탁회사를 통해 상속을 준비하는 등 은밀하고 지능적인 역외탈세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이 외국 계좌를 조사한 것은 과거에도 몇차례 있었지만,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이 아예 체결돼 있지 않은 홍콩이라든가 조세조약이 체결돼 있긴 해도 정보교환 협정이 없어 실질적으로 조사가 어려운 스위스와 싱가포르에까지 조사를 확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그동안 전담반(TF) 형태로 운영해 오던 `역외탈세 추적 전담센터`를 상설조직으로 전환, 역외탈세 기업에 대한 조사를 강화키로 했다.
또 역외탈세 기업들에 대한 정보수집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 `해외 금융계좌 신고제`와 `해외 정보수집요원 파견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책도 적극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현동 국세청 차장은 "역외소득 탈루행위는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성실한 납세자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일으킨다"면서 "앞으로도 역외 탈루행위에 대해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고 조세범 처벌법을 예외없이 엄격히 적용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