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상승과 더불어 원유를 비롯한 대부분의 상품 시장은 오랜만에 반등했다. 아직까지 완전한 추세 반전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에도 불구, 일부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은 상품시장 바닥론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대책 발표를 계기로 경기둔화 우려가 한풀 꺾였고, 펀더멘털도 개선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유가 세자릿 수 복귀..미 재고량 감소 계속될 듯
19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6.8% 오르면서 세자릿 수를 회복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 가격은 배럴당 6.67달러 오른 104.55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배럴당 7.4% 오른 105.25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80달러대를 바라보던 유가의 빠른 세자릿 수 복귀는 유가 강세론에 불을 지폈다.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금융시장 불안감이 일부 해소됐고, 경기 둔화를 완화시켜 원유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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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뷰텔 카메론하노버 회장은 "이번에 취해진 조치로 남아있는 문제점들이 일부 바로잡아질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따라서 적어도 당분간은 매수하기에 좋은 기회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무시해왔던 공급감소에 시장이 다시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유가 상승전망을 밝게 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수요 감소가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인 것이며, 허리케인 `아이크`로 인한 멕시코만 일대 정유시설 가동률이 아직 11%에 불과해 당분간 원유 재고가 늘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지난 주말 미 에너지부는 국제에너지기구(IEA)에 긴급 원유공급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가운데 오는 24일 발표될 미국내 원유재고는 큰 폭으로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에너지부는 이번 주 발표될 휘발유 재고량이 최대 850만 배럴 감소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나이지리아의 정정불안도 전세계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나이지리아 반군의 원유 공급라인 공격 확대로 로얄 더치 셸이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고, 원유 생산이 중단돼 일일 28만 배럴의 생산 중단이 발생했다.
◇ 경기 회복 기대감..원자재 수요 증가 전망
금 값이 하루에만 50달러 이상 오르던 지난주에도 약세를 면치 못했던 비철금속은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오랜만에 반등했다. 19일 구리값은 4.24% 오르면서 톤당 7000달러를 넘어섰고, 아연이 2.74% 오르는 등 대부분 상승 마감됐다.
비철금속은 가시적인 수요 증가가 나타나지 않고, 전세계 재고량 증가가 계속돼 당분간은 약세가 계속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은 "매수세가 나타나고 재고량 증가가 둔화될 때까지 구리 값은 톤당 6000달러대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패럴림픽 종료와 더불어 전세계 구리 생산량의 25%를 소비하는 중국 수요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적당한 시기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와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가격 격차가 좁혀지는 점도 중국의 수입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인플레 우려..상품 `강세 싸이클` 여전
미국 정부의 이번 대책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가시키고, 인플레이션 우려는 주식시장보다 상품시장에서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최근 가격 하락 요인이 비정상적인 돈의 흐름 때문이라면서, 이러한 흐름이 전환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투자자들의 상품 포지션 선호도 여전하다. 지난주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했을 당시 많은 투자자들이 상품 포지션을 투매했지만,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강세 전망을 확신하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상품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상품시장은 10년 이상의 장기싸이클로 볼 때 강세를 보여왔다. 조나단 블레이크 베어링애셋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강세 전망은 안정적"이라며 "펀더멘털 견인 요소들은 제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 `반등 폭은 그리 크지 않을 수도`..일부 하락관점 유지
미국 정부의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으로 세계 경제는 회생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고, 상품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아졌다. 하지만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클 아론스타인 마켓필드애셋매니지먼트 회장은 "아직 신용경색이 계속되고 있고, 개발도상국들은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며 "상품은 2~3개월 동안 반등하겠지만 기록적인 수준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책이 임시변통에 불과할 지 모른다는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톰 나이트 트루먼아놀드 관계자는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경제가 현재 경기 후퇴에 접어들었거나, 또는 후퇴로 다가서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는 궁극적으로 수요 약세와 가격 하락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올해 1.7%에서 내년에는 더 악화된 1.5%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한편 미국 정부의 이번 대책이 의회를 통과하지도 못한 시점에서, 성급하게 상품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토니 돌핀 헨더슨글로벌인베스터스 이사는 "단기적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상품 투자는 좀 우려스럽다"면서 하락 위험이 있음을 주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