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부검하자” 강남 초교 학부모 단톡서 교사 조리돌림

  • 등록 2023-09-27 오전 9:55:48

    수정 2023-09-27 오전 9:55:48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단체대화방을 개설한 뒤 교사들에게 지속해서 갑질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게티 이미지)
지난 26일 교육언론 창은 서울 강남의 공립초등학교 학부모 익명 단톡방인 ‘A사모(서울 A초를 사랑하는 모임)’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학교는 지난 7월17일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은 서울 서이초와 인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모’는 2021년 9월3일 개설됐으며 이날 기준 366명이 가입된 상태다. A초등학교 일부 학부모들이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모듈러 교실 반대 활동을 벌일 때 이 단톡방을 만들었다는 게 매체 측 설명이다.

한 학부모는 “전 이 익명(단톡)방이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힘을 가진 느낌이 있잖아요? 우리들 톡을 통해서 많은 쌤들 신상에 변화 생긴 거 다 봤잖아요. 저만 쓰레기인가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당시 교장을 겨냥해 “교장 멱살 한 번 제대로 잡혀야 정신 차릴 듯”이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에 교장이 충격을 받은 듯 보이자 한 학부모는 “교장 선생님 몸이 많이 안 좋아지셨나 봐요. 부검합시다”라고 조롱했다.

일부는 ‘남편 권력’을 내세우며 교장을 협박하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시간 얼마 안 남았어요. 아빠들 나서기 전에 해결하세요”라며 “점잖은 아빠들 나서면 끝장 보는 사람들이에요. 괜히 사회에서 난다긴다 소리 듣는 거 아니에요”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여기 학부모들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만 있는 줄 아나 봐요. 왜 학부모나 친인척 중에 고위공무원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모듈러 사업을 철회가) 조용히 정년까지 갈 마지막 기회”라고 적었다.

이 밖에 교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인신공격하기도 했다. “교장 그릇 아니다”, “미친 여자”, “○○○씨, 동대문에서 장사하시다 오셨나요?” 등 비꼬는 글이 올라왔다. 결국 이 무렵 모듈러 사업은 A초와 서울시교육청의 사실상 포기선언으로 취소됐다.

(사진=게티 이미지)
A사모 학부모들은 이후에도 “오늘도 아침을 모닝 민원으로 시작했다”, “민원은 사랑입니다”, “오늘 아침도 모닝 민원과 함께 시작해 봐요” 등 ‘민원 놀이’를 이어갔다.

한 학부모는 “A사모 학부모들이 결국 교장 형사 고발해서 몰아내고 정년 앞둔 선생님 아동학대 고소해서 그만두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A사모 학부모들이) 아파트 위에서 선생님들 지각 하나 안 하나, 몇 시 퇴근하는지 보고 교무실에 전화했다. 저 단톡방 가관이었다”고 혀를 찼다.

한편 A사모는 지난 19일에도 교사를 조롱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최근까지 운영 됐으나 논란이 커지자 외부인 유입을 막으려 비밀번호를 설정했다. 27일 현재 해당 단톡방은 폭파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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