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檢 수사에 극심한 내부 혼란..총수가 나서 위기 대응

  • 등록 2019-06-16 오후 7:48:40

    수정 2019-06-16 오후 7:48:40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이 지난 12일 새벽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및 분식회계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마친 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이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인한 글로벌 경영 악화와 함께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수사가 겹치며 안팎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을 앞둔 가운데, 또다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와 관련한 검찰 소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삼성은 기업 경영 전반이 위축돼 안팎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대처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부회장이 직접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있는 이유도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 TF’가 핵심 임원의 구속 등으로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탓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의혹 수사를 마무리하고 분식회계 수사를 본격화하기 위해 정현호 사장을 조만간 재소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정 사장은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17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정 사장의 두 번째 조사가 이뤄진 뒤에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이 현재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의혹 수사와 관련해 구속한 삼성 임직원은 8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소속은 상무 2명과 부사장 3명 등 모두 5명에 이른다. 이들은 사업 전략 수립과 인사, 재무 등 사내 핵심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업무 공백은 물론 내부의 업무 의욕 및 사기 저하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지난달 23일과 이달 10일, 두 차례 걸쳐 이례적으로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유죄의 심증을 굳히게 하는 무리한 보도를 자제를 간곡히 부탁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삼성 내부의 극심한 불안감을 방증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 수사 등 국내 변수가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영 활동까지 위축시키고 있다고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3일부터 IM(IT·모바일)부문을 시작으로 올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매년 상반기(6월)와 하반기(12월)로 나눠 한 번씩 열리는 이 회의는 DS(디바이스솔루션)·IM·CE(소비자 가전) 등 3개 부문장이 직접 주재해 각 사업부장 및 관련 임원, 해외 법인장 등 수백명이 모여 시장 동향과 사업 전략을 점검해왔다. 그러나 이번 상반기 회의는 부문장과 주요 임원 등 참여 인원이 수십명으로 대폭 줄이고 CE부문은 아예 회의 자체를 열지 않기로 했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중요성이 커진 글로벌 전략 회의를 오히려 축소한 것이다.

재계 일각에선 사업지원TF가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로 인해 기능이 마비되고,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국내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이 이달 들어 DS·IM부문의 사장단을 소집해 회의를 진행하고 사업별 현안들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책임 경영을 위해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기이사 임기는 오는 10월이면 끝난다. 재선임을 위해선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야하지만 대략적인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회사 역량을 총동원해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최적의 의사 결정을 내려 하는 시점”이라며 “검찰 수사가 관련 의혹을 명백히 규명해야겠지만 국내 경제에 큰 축인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쳐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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