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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지금은 묘지같이 변했어요. 이젠 우리도 여기를 떠날 겁니다.” 멕시코 중북부에 위치한 산루이스포토시 주(州). 황량한 공장부지에서 장비를 정리하던 페르난도 로살레스(28)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초 이 곳은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의 소형차 공장이 새로 들어올 부지였다. 총 16억달러(약 1조9000억원)를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포드는 2018년부터 모든 소형차를 멕시코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트럼프 딴지에 車업체들 발빼…북미 생산공장 `흔들`
하지만 포드는 멕시코산 자동차에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멕시코 공장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산루이스포토시는 그야말로 직견탄을 맞았다. 현지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40~50개의 외국 부품업체들이 인근에 들어올 예정이었고 십여 곳은 이미 계약까지 마친 상태였다”면서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리인상에 달러매도·親트럼프 인사…약발 `글쎄`
멕시코는 눈물겨운 대응책에 나서고 있다. 멕시코는 페소화를 방어를 위해 트럼프 당선 이후에만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렸다. 매달 0.5%포인트(50bp)씩 올리는 파격적인 금리 인상이다. 아울러 멕시코 중앙은행은 지난 5일 페소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미국 달러화 10억달러 어치를 외국 투자자들에게 매각했지만 약발은 채 하루를 가지 못하고 다시 페소화는 장중 하락세로 돌아서고 말았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간 해외투자자금 덕에 그나마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멕시코 경제에는 불똥이 떨어졌다. 지난 2015년에 290억달러, 작년에 270억달러의 해외투자금이 멕시코로 각각 유입된 바 있다. 알베르토 라모스 골드만삭스 라틴아메리카 경제부문 대표는 “만약 페소화 가치가 1달러당 21페소에서 25페소까지 더 올라간다면 멕시코에 들어와 있는 대외자본들은 해외로 이탈할 것이고 이는 멕시코 경제를 황폐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렇다보니 멕시코는 여전히 트럼프 당선인에게 목을 매고 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친(親) 트럼프 성향의 루이스 비데가라이 전 재무장관을 외무장관에 임명했다. 비데가라이 장관은 트럼프 후보 시절 때 멕시코 방문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당시 트럼프와의 면담이 굴욕적이었다며 대통령 퇴진까지 거론될 정도로 멕시코 여론이 나빠졌지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니에트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그를 다시 불러들였다. 니에토 대통령은 “차기 트럼프 정권과 건설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한 대화 촉진을 염두에 둔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멕시코는 미국 없이 경제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