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되려다 `빚쟁이`로.."부당대출 조심하세요"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가수가 꿈인 이모(21세)씨는 부푼 가슴을 안고 한 연예기획사를 찾았다. 그런데 웬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기획사 대표 박모 씨가 "보증금을 내야 연습생으로 받아 줄 수 있다"면서 2000만원이 넘는 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소속사 이탈을 막고 연습비로 쓸 돈을 미리 받아두는 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관행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 씨가 그만한 돈이 없다고 하자 그는 대출을 요구했다. 만약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대신 갚아주겠다고도 약속했다. 일정한 소득이 없었던 이씨는 결국 대부업체로부터 연 40%에 가까운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 박 대표에게 건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유흥비로 이씨의 돈을 모두 탕진하고 말았다. 이씨는 "연예인의 꿈을 안고 기획사를 찾았지만 남은 건 2000만원의 빚과 이자 뿐"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금융감독원은 21일 한 연예기획사 대표가 50명에 달하는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보증금 명목으로 제2금융권 대출을 종용해 8억원에 가까운 피해를 입혔다며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이 기획사 대표는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등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아서라도 보증금을 내도록 종용했고,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기획사가 대신 갚아주겠다는 계약서까지 썼다.   그러나 그는 이 돈을 모두 개인용도로 사용한 뒤 약속한 대출금은 갚지 않았고 결국 연예인 지망생 이모씨 등 50명이 원하지 않는 빚을 지게 됐다면서 금감원에 민원을 냈다. 기획사 대표는 현재 검찰에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이 지금까지 파악한 피해규모는 총 7억8000만원. 개인별로 적게는 800만원에서 많게는 2800만원에 이른다.    금감원은 그러나 이씨가 기획사 대표의 종용으로 대출을 받았더라도 상환책임은 이씨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대신 갚아주겠다는 약속까지 받았더라도 금융회사와 직접 대출계약을 맺은 당사자가 대부분은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른 사람의 종용을 받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금융회사로부터 직접 돈을 빌린 사람이 돈을 갚아야 한다"며 "유사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