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에 걸친 지방정부와 은행, 개발업자들에 대한 설득과 위협 덕분에 최근 중국 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현금부족에 시달리는 중국 지방정부 입장에선 이 약효가 지나칠 수 있다고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 부동산 평균 판매가격은 한 달 전에 비해 32% 하락했다. 연초에 비해선 절반으로 떨어졌다. 때로 지방정부의 부동산 경매가 최소입찰 기준에 못 미쳐 유찰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FT는 세수의 대부분을 부동산 판매에 의존해 재원을 늘린 일부 지방정부로선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재난에 가까운 일이라고 전했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경제성장과 사회기반시설 건립을 위해 그동안 부동산에 의존해왔다.
10년 사이 지방정부 재정수입에서 부동산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도로 치솟았다. 정보서비스업체 CEIC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부동산 판매액은 2009년의 두 배에 가까운 3조위안(499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따르면 이는 전체 중국 지방정부 예산의 70%를 넘는 규모다. 반면 올해 부동산 판매액은 2조위안을 밑돌 것으로 HSBC는 내다봤다.
지난 1990년대 세제 개혁에 따라 지방정부는 전체 세수의 46%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링컨연구소는 중국 지방정부가 공공지출의 77%를 책임지고 있으며, 이 비중도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방정부의 재정 문제로 인해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투기 붐이 쉽게 식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다.
베이징 골드만삭스의 헬렌 차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방정부 관료들은 중앙의 부동산 시장 규제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토지 거래가 중단되면 지방정부의 부채가 문제가 될 것"이라며 "현재 어느 지방정부가 가장 먼저 곤란을 겪을 지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