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이름이 사라진다’ 악성민원 극약처방 나선 지자체들

김포시 공무원 악성민원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이후
각 지자체 직원 이름 비공개 처리, 현황판 사진도 삭제
수원시는 '악성민원 신속대응 TF'로 강력 대응 시사
  • 등록 2024-04-10 오후 3:42:58

    수정 2024-04-10 오후 7:38:41

[오산=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반복되는 악성민원으로 김포시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진 뒤 일선 지자체들이 직원 보호를 위한 각종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10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오산시는 지난 4일부터 시 홈페이지 조직도에 명시된 직원들의 이름을 전부 익명으로 바꿨다. 또 청사 내 부서 입구에 비치된 현황판에서도 직원들의 사진을 전부 없앴다.

오산시청 홈페이지 조직도. 악성민원으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담당자명을 모두 비공개 처리했다.(사진=오산시청 홈페이지 캡쳐)
악성민원인들이 특정 공무원을 상대로 반복 민원을 제기하며 괴롭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이권재 오산시장의 지시 사항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 오산시지부는 지난 8일 이 같은 조치에 “시장님과 관련 부서이 발 빠른 조치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며 “지부 차원에서도 특별회계를 편성, 고질적인 악성민원 발생 시 민·형사상 법적대응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입장문을 냈다.

오산시의 선제적 대응 이후 각 지자체들도 잇따라 홈페이지 내 직원들의 이름을 비공개 처리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김포시를 비롯해 인천 부평구·서구·미추홀구와 부산시 해운대구, 충북 충주시, 충남 천안시 등도 홈페이지에서 직원들의 이름을 지웠다.

경기남부권에서는 화성시도 지난 9일 정명근 시장이 직원게시판에 “인터넷상 불특정 다수로부터 분노를 표출하는 대상이 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히며 다음주 중으로 동일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용인시는 지난해 청사내 현황판에서 직원들 사진을 없앴으며, 성남시도 타 지자체 동향에 따라 내부적으로 동일한 조치를 취할지 검토 중이다.

수원시의 경우 더욱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앞서 수원시는 지난해부터 전화 연결 시 통화 중 녹음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해 기존 통화녹음 버튼을 누를 시 상대방에게 통화녹음이 되고 있다는 안내 멘트가 나가는 점을 개선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악성민원인과 대화 중 통화녹음 안내 멘트가 나가면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공무원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보호받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상시 통화녹음을 할 수가 없다. 대신 민원인이 폭언을 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언제든 직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지난 8일 민원담당 부서 새내기 직원들과 간담회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 시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악성민원으로 고통받은 공직자들을 수원시가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수원시)
여기에 더해 수원시는 악성민원 피해 초기 대응부터 법적 대응까지 모든 대응 절차를 지원하는 ‘악성민원 신속대응 태스크포스팀’을 지난 4월 1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악성민원 상담 핫라인과 전용 신고 창구에 신고가 접수되면 경력 20년 이상 베테랑팀장이 민원 사항 현장을 조사하고 담당 직원을 면담하며 민원이 해결되도록 지원한다. 베테랑 팀장의 중재로도 민원이 해결되지 않으면 ‘특이민원조정위원회’에서 기관 차원의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 또 피해직원에게 법률상담비를 지원하는 등 법적 대응을 지원한다.

이재준 수원시장도 지난 8일 민원 담당 새내기 공직자들을 만나 “악성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최선을 다해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일선 지자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권혁성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불거진 문제는 민원인들이 특정 공무원을 계속 쫓아다니면서 괴롭혀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지자체들의 이 같은 조치가 미미하지만 실효성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정책적으로 민원서비스 친절도 향상은 어느 정도 향상돼 있다”며 “수원시처럼 지자체장들이 의지를 가지고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하거나, 경기도나 행정안전부와 같은 상위기관에서 제도적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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