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가운데 내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둔 정부도 조정을 검토 중이다. 상반기 경기가 침체하다 하반기 들어 크게 반등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정부 기대와 달리, 하반기 성장세 둔화 전망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6월말 또는 7월초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두고 경제성장률 전망치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올해 전망치(1.6%)의 유지와 소폭 하향 여부를 동시에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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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발표된 경제지표만 보면 하향조정에 다소 무게가 실린다. 정부는 당초 올해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판단해 1.6%를 성장률 전망치로 제시했다. 당시만 해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물론 KDI, 한국은행보다 0.1~0.2%포인트 낮은 수치였다.
하지만 지난 3월 OECD가 1.8%에서 1.6%로 낮춘 데 이어 4월 IMF는 1.7%에서 정부전망치보다 0.1%p 낮은 1.5%로 하향조정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도 지난 11일 종전 1.8%에서 0.3%포인트나 하향 조정한 1.5%로 재전망했고, 한국은행은 1.7%에서 최근 1.4%까지 낮췄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정부 전망치보다 낮은 1.5%를 예상했다.
한은과 KDI는 성장률을 낮추면서 하반기 성장률도 조정했다. 한은은 하반기 성장률을 기존 2.0%에서 1.8%로 조정했고, KDI도 2.4%에서 2.1%로 하반기 성장률을 낮춰 잡았다. 정부는 해외 연구기관보다 훨씬 더 국내경제를 심도있게 분석하는 한은과 KDI가 동시에 정부 전망치 아래로 하향조정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장기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도 포착된다. 한국 경제의 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3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OECD 평균을 하회했다.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속보치) 증가, OECD 회원국 평균(0.4%)보다 낮다. 또 현재까지 분기 성장률이 발표된 30개국 중 16위에 불과하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바이오 산업 현장방문으로 24일 오후 충북 청주시에 있는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를 찾아 김재섭 회장(왼쪽)의 안내를 받으며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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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부족으로 인한 인위적인 예산 불용(不用)도 하반기 경제전망을 어둡게 하는 부분이다.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치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하반기 재정지출마저 줄어들 경우 성장률이 더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정부가 국가부채를 늘리며 재정을 투입하는 형태로 하반기 경기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매우 낮다.
정부는 5월 경제지표와 6월 속보지표까지 살펴본 후 성장률 전망치 수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경제의 엔진인 반도체 경기의 저점시기를 언제로 판단하느냐도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 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상저하고’에 대한 기대감을 계속 유지하는 상황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1분기 실적치가 당초 예상 수치보다 낮아졌으나 전반적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좋아지는 흐름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여전히 중국 흐름의 불확실성, 반도체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하반기 초반, 하반기 중반 혹은 후반 등으로 경기 회복 시점 전망이 갈리지만 하반기부터 나아진다는 전망은 유사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