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맥주업계 최고 ‘레어템’(희귀 아이템)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곰표 맥주’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상품명을 수식하는 슬로건(표어)이 어느 순간 ‘우리나라 밀맥주’에서 그냥 ‘밀맥주’로 바뀐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짝퉁(가짜) 아니냐’는 궁금증도 일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진짜 곰표 밀맥주가 맞다. 잘나가는 제품 패키지에 굳이 ‘우리나라’ 단어를 떼면서 약간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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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맥주 패키지에 새겨진 이 슬로건은 사실 한 번 바뀐 것이다. 지난해 5월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 CU가 3자 간 협업으로 처음 곰표 맥주를 출시했을 땐 ‘우리나라 밀맥주’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이렇게 생산된 곰표 맥주는 길게는 지난해 3분기까지 판매됐다.
이유는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원산지표시법)과 ‘식품 등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식품표시광고법) 등의 규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관련 법령과 세부 시행규칙에서 주류를 포함한 모든 식품에 대해 원산지와 구체적인 상표 표기법 등을 명시하고 있다. 그 중 원산지 표기는 의무이자 중요한 부분이다.
곰표 맥주를 선보이면서 브랜드를 제공한 대한제분과 제품을 연구·생산한 세븐브로이 등은 국내 업체들이 협업해 선보인 밀맥주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동안 국내 맥주시장에서 밀맥주는 ‘호가든’, ‘에딩거’, ‘블랑’ 등 해외에서 직접 수입하거나 라이선스 사업으로 생산·유통한 수입맥주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이 자체적으로 개발해 직접 생산한 밀맥주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상표 슬로건으로 ‘우리나라 밀맥주’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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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부처들에서는 국내에서 대한제분이 소맥분을 제조하고 이를 통해 세븐브로이가 밀맥주를 생산하더라도, 주 원료가 국산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라는 표현은 무리가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맥주의 주 원료인 밀과 맥아, 홉 등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기로 인해 소비자들이 자칫 ‘우리나라 밀’로 만든 맥주라고 오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랐다.
곰표 맥주 측은 “원산지 표기는 명확히 하고 있으며, 단지 우리나라에서 만든 밀맥주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 표현”이라며 설득에 나섰다. 결국 농관원 등 주무부처에서 시정명령 등과 같은 행정처분은 내리지 않았지만, 곰표 측은 괜한 소비자 오해와 논란을 키우지 말자며 ‘우리나라’ 단어를 빼기로 결정했다. 이미 초도 물량으로 ‘우리나라 밀맥주’라고 새겨 제작해 남은 캔은 전량 폐기 또는 소진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밀맥주’라는 글자로만 새롭게 패키지 디자인해 재출시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 제품이 추후 상표 표기법 등 시비에 휘말려 패키지가 달라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판단의 여지가 있는 다소 모호한 경우 관계 부처의 유권해석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달라지면, 기업 입장에서는 사후에 다시 맞춰야 하는 만큼 시간과 비용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