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 ‘언택트化’…‘메신저피싱’ 등 코로나형 범죄 기승

경찰대, ‘치안전망 2021’ 책자 발간
코로나 확산으로 폭력·절도·교통·성범죄 줄어
메신저 피싱·디지털성범죄는 작년보다 증가
2021년에도 이러한 추세 이어질 것으로 예상
  • 등록 2020-12-27 오후 4:15:34

    수정 2020-12-27 오후 9:53:28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올해 3월 인천광역시에서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딥페이크(특정 인물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한 편집물)’ 영상을 제작해 준다며 사람들을 끌어들 뒤 협박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10대 청소년이 포함된 의뢰인의 신상정보를 획득,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달라고 한 사실을 공개하겠다”면서 돈을 갈취하거나 나체사진 영상을 전송하라고 하면서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범죄 방식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회 활동 위축으로 전통적인 ‘대면 범죄’ 발생이 줄어든 반면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비대면 사기, 디지털 성범죄 등 ‘언택트’ 범죄는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가 한동안 쉽사리 잡히지 않을 만큼 내년에도 이러한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범죄는 줄었는데 메신저피싱 등 ‘언택트’ 범죄는 급증

메신저 피싱 사례(경찰청 제공)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27일 발표한 ‘치안전망 2021’에 따르면 2020년 9월 기준,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인지된 범죄 발생 건수는 117만984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81건이 줄어들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절도·폭력 등 접촉형 범죄와 교통범죄가 감소했다.

반면 비대면 지능범죄의 증가 추세가 뚜렷했다. 같은 기간 지능범죄 전체 발생건수는 13.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능범죄 중 대표 격인 ‘피싱’에도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됐다. 보이스피싱 조직 활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같은 기간 전체 피싱 범죄 발생 건수는 16.7% 줄었지만, 신종 메신저 피싱 범죄 건수는 14.6% 급증한 것이다. 메신저피싱은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피해자의 지인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급전을 요구하고 금전을 가로채는 신종 사기 수법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들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피싱 범죄 방식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실제 △문화상품권 구매 후 핀번호 전송을 요구하거나 △스마트폰에 ‘원격 제어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범죄가 올해 꾸준히 발생했다. 이런 범죄는 스마트폰 조작이나 온라인 상품권 구매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주로 이뤄졌다. 불법 취득한 개인정보로 가족·자녀인 척 속여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상품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카드 문제로 결제가 되지 않으니, 구매 후 핀번호를 보내주면 구매대금을 보내주겠다”고 속이는 식이다.

특히 원격 제어 앱 설치 범죄는 스마트폰을 통째로 범죄자에게 넘겨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극도의 주의가 요구된다. 이 역시 가족이나 자녀인 척 접근해 “원격 제어 앱을 설치해 달라”고 부탁, 해당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결제나 계좌이체를 하면서 금전을 편취하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능범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점점 규모가 커질 것”이라며 “실업으로 개인 경제력이 약화되면서 지능범죄에 가담하거나 사기성 투자의 유혹에 빠지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성범죄도 폭증…오프라인 범죄는 가정폭력↑

대면 범죄 감소로 전체 성범죄역시 줄었지만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는 크게 증가했다. 9월 기준 통신매체 이용 음란행위는 1466건 발생, 전년 대비 42.6% 늘어났다. 올해는 조주빈을 비롯한 텔레그램 ‘n번방’ 일당이 대거 검거되면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이 국민들에게 본격 인식된 해이기도 하다.

한편 오프라인 범죄가 늘어난 곳은 ‘가정’뿐이다. 경로당·유치원·학교에 집합금지 명령이 떨어지면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가정 내 노약자 대상 학대 범죄가 크게 늘어난 것.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아동·노인 학대 범죄로 검거된 사람이 무려 479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8개월간 누적치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7197명으로 최근 4년간 아동·노인 학대 검거자수를 훌쩍 뛰어넘는다.

경찰 관계자는 “내년에도 사회 활동 위축으로 범죄 발생 총량은 감소할 가능성이 크지만 코로나19 스트레스와 억눌린 욕구가 어떻게 표출될지 지켜 봐야 한다”며 “특히 내년 지능범죄와 가정폭력 범죄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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