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법정관리 D-1…이동걸 "전체 직원 희생 피해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본지 인터뷰
STX조선, 9일까지 자구안 제출안하면 법정관리
"이 조건이 최선..산업은행 믿어달라"
  • 등록 2018-04-08 오후 6:00:00

    수정 2018-04-10 오전 8:28:53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 기자 간담회에서 안경을 만지며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중견 조선사인 STX조선해양 노사가 9일까지 인력 감축 등 독자 생존이 가능한 고강도 자구 계획안을 내놓지 않으면 원칙대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넣겠다고 최후 통첩(通牒)했다.

이 회장은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산업은행 본점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STX조선이 자구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법정관리에 보내겠다는 것은 겁박이 아니다. 회사를 어느 정도까지 다운사이징(회사 규모 축소) 해야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수준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노사가 우리가 제시한 조건이 최선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사안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채권단이 STX조선을 살린다는 것을 전제로 기회를 한 번 더 주려고 시한을 둔 것인데 노조는 우리가 마치 사람 자르는 것을 목적으로 그런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다”면서 “너무 관대하게 나가면 회사가 무너져 전체 직원이 희생할 수 있는 만큼 시한을 못 박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아무도 회사를 나가지 않고 무급으로 일하겠다는 것”이라며 “인건비 등 비용을 못 줄인다면 나도 장담할 수 없고 회사도 유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구안 요구 수준을 완화할 수 없다는 얘기다.

STX조선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앞서 지난달 8일 회계법인의 컨설팅 결과를 발표하며 이 회사 노사가 이달 9일까지 인력 40% 이상 감축 등 고강도 자구 계획 및 사업 재편 방안에 확약한 증빙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사측이 생산직 노동자 695명 중 500여 명을 줄이는 내용(생산직 인건비 75% 감축)의 자구안을 내놨으나 희망퇴직 및 이직(아웃소싱)을 신청한 115명 이외에 추가로 400명가량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에 노조가 반대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6일부터 8일 오전까지 전 부서 생산직 사원을 대상으로 추가 퇴직 신청 등을 받았지만, 신청자는 144명에 불과했다.

이 회장은 “얼마 전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가 선박 신규 발주를 지원한다고 발표했지만, 경쟁 발주인 만큼 STX조선 사정이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시간이 갈수록 회사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형 조선사 구조조정이 정말 만만치 않지만, 회사를 지켜보자고 유동성을 회수하지 않고 끌고 가려는 것”이라며 “회사가 정상화하면 남아있는 노조와 협상해 나간 동료도 다시 부를 수도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필요하다면 (STX조선) 현장에 갈 수도 있다”면서 “지난 10년 정부가 해 온 것을 보고 현재 산업은행 회장을 보지 말라. 이전 정부와는 성격이 다르다. 우리를 믿어달라”고도 했다. 공멸(共滅)을 피하자는 마지막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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