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다)②LG "제2의 아바타, 우리가 만든다"

눈이 편안한 3D TV개발에 역점
TV가 모든 3D영상을 아바타 수준으로 바꿀 수 있어야
  • 등록 2010-04-26 오전 10:33:43

    수정 2010-04-26 오전 10:33:43

[이데일리 조태현 기자] 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 3D 영화 `아바타`는 한국에서만 1330만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역대 흥행 1위 기록이다. 

아바타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3D로 제작된 화려한 그래픽. CG(컴퓨터 그래픽)로 표현된 행성 `판도라`와 `나비족(族)`의 모습은 관람객이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또 전 우주를 아우르는 서사시적 시나리오도 강점이다. 마치 옛날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을 미래로 옮긴 것 같은 스토리와, 해피엔딩으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숨겨진 성공 요인이 있다. 바로 `눈이 편한` 3D 영상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 아바타는 눈이 편한 3D 영상을 구현하며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지금까지의 3D 영화들은 `뎁스(Depth:3D에서는 입체 깊이감의 수준을 말하는 용어)`가 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신(scene)이 바뀔 때 뎁스의 차이가 심했다.

흔히 3D 영화 등을 보면 어지럼증을 겪는다고 말하는데, 어지럼증의 한 원인이 급격하게 변하는 뎁스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아바타는 달랐다. 영상에 따른 뎁스의 차이를 최소화한 것. 아바타를 보면서 심각한 어지럼증을 느낀 사람이 기존 영화에 비해 적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해준다.

◇ LG전자 "3D TV, 눈이 편해야 한다"

LG전자(066570)의 3D 착안점이 바로 이것이다. `눈이 편해야 한다`는 것. LG전자는 최근 서울 서초 양재동 LG전자 서초 R&D 캠퍼스에서 `LG 인피니아 풀 LED 3D TV` 발표회를 열었다.

회사는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눈이 편하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1200개에 달하는 LED(발광다이오드) 소자를 화면 뒤 전체에 배치해 3D 안경을 착용할 때 발생하는 밝기 저하 문제를 해결했다.

▲LG전자가 최근 시장에 선보인 `LG 인피니아 풀 LED 3D TV`. 1200개의 LED 소자와 480Hz 디스플레이로 눈이 편한 3D 영상을 구현한다.
어두운 화면을 볼 때 생기는 눈의 피로감을 해결한 것이다.

또 초당 480장의 영상을 구현하는 `트루모션 480Hz(헤르츠)` 기술을 적용해 3D TV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영상 겹침(Cross-Talk)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트루모션 480Hz는 240Hz 패널에 `백라이트 스캐닝(Backlight Scanning)` 기술을 적용, 초당 480장의 영상을 만드는 LG전자의 기술이다.

LG전자는 앞으로 출시할 모델에 눈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을 보다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 "TV가 모든 3D 영상을 `아바타` 수준으로 바꿀 수 있어야"

그렇다면 LG전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기술은 무엇일까.

서울대 LG전자 산학협력 연구소에서 만난 최승종 디지털TV연구소 SAT그룹 연구위원 상무는 "모든 3D 콘텐츠를 아바타와 같이 만드는 TV"라고 설명했다.

최 상무는 서울대·KAIST를 졸업한 후 지난 1989년 LG전자에 입사했다. 입사 후 미국 `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에서 전기공학 박사를 취득한 인물로, 국내에 몇 안 되는 3D 디스플레이 전문가다.
▲서울대 LG전자 산학협력연구소에서 만난 최승종 LG전자 디지털TV연구소 상무.(가장 오른쪽) 몇 명 안되는 국내 3D 디스플레이 전문가다. 최 상무는 LG전자 3D TV가 나아갈 길을 `눈이 편한 영상`이라고 정의한다.


최 상무가 말하는 이상적인 3D TV는 시청 시 어지럼증이 없어야 한다는 것. 최 상무는 "이를 위해 3D 뎁스의 변화가 심한 콘텐트의 경우 TV에서 뎁스를 자체적으로 균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최근 의학적인 부분에서 사람의 눈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최 상무는 설명했다.

3D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가장 어지럼증을 느끼는 부분은 `튀어나오는` 효과가 있는 영상을 볼 때다.

사람의 눈은 본능적으로 물체가 있는 곳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TV로 치자면 디스플레이 패널 부분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영상이 튀어나오니 초점이 맞지 않게 되고 어지럼증이 생긴다는 것이 최 상무의 설명이다.

최 상무는 "이와 같은 이유로 3D TV에서는 뎁스의 조정이 중요하다"며 "현재 이 부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3D TV 위해서는 심리학도 공부해야 한다"

최 상무는 최근 심리학도 공부하고 있다. 눈에 대한 의학적인 연구, 안경공학 등과 더불어 눈을 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최 상무는 "외국에서는 눈에 대한 연구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있다"며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연초 `CES 2010`에 전시한 55인치 3D LCD TV. LG전자는 CES에서 경쟁사의 제품을 살펴보고 3D TV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을 했다.
연구의 격차를 좁히고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

최 상무는 "일단 3D TV를 만들기 위한 기반 기술은 갖췄다"며 "하지만 더욱 좋은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려면 핵심 기술에 대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현재 출시한 제품이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

LG전자 디지털TV 사업부 고위 임원은 "연초에 열린 CES 2010에서 공개된 각사의 3D TV 제품을 보니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급하게만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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