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차세대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한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채권호가 오류에 대해 해명하던 코스콤 관계자가 억울한 듯 내뱉은 얘기다.
`외부 벤더들의 단말기를 보고 거래하는 투자자가 많지 않으니 큰 일 아니다`는 식이다. 책임 회피의 극치를 보여준다.
사실 코스콤에게 이런 일은 처음도 아니니 그럴 수 있겠다 이해되는 면도 있다. 코스콤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우리투자증권에 잘못된 시세정보를 제공한 책임이 있으니 투자자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인포맥스나 마켓포인트 등 채권관련 정보벤더들이야 우리투자증권처럼 덩치 큰 고객도 아니고 이용자도 더 적으니 무시해도 되겠다 싶었을 것이다.
또 하나, 거래소가 국채거래를 장내로 집중화시키는 등 장내거래 활성화를 외치고 있는 마당에 그 자회사인 코스콤은 장내거래를 우습게 알고 있으니 이런 넌센스도 없어 보인다.
이런 점에서 거래소 책임자의 답변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차세대시스템이 잘 가동되고 있다는 걸 강조하려는 의도가 강했겠지만, 채권 장내거래의 한 부분인 정보벤더들을 가볍게 보고 있다는 속내가 잘 드러나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 정부와 거래소는 지난 2006년부터 채권 장내시장을 활성화하고자 다양한 정책들을 펴왔다. 국채 장내거래 의무화나 일시적인 수수료 면제 등을 통해 정책적 의지를 뚜렷하게 보여왔다.
그러나 현재 연간 1000조원, 하루 평균 15조~20조원씩 거래되는 국내 채권시장에서 장내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0% 안팎에 불과하다.
장외거래 정보도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시되고 있고 거래비용 측면에서도 큰 유인이 없다는 점이 장내거래를 늘리지 못하는 주요인이긴 하지만, 정작 거래소와 코스콤의 이같은 인식이 저변에 깔린 또다른 문제일 수 있다.
거래소와 코스콤이 이들 모두를 시장참가자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할 때라야 제대로 된 시장운용과 관리의 대리인임을 자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채권 장외호가를 집중화해 공시하는 금융투자협회 같은 다른 기관에 일을 넘기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이와 별개로, 코스콤이 자사 제품인 체크단말기와 다른 정보벤더 단말기에 시장 데이타를 2개의 다른 채널로 보내도록 하고 있는 정보분배시스템도 근본적인 손질이 필요해 보인다.
거래소에 비해 전산쪽 능력에서 비교우위가 있다고 자부하는 코스콤이 자신들의 고유 업무영역이라고 주장한 탓도 있지만, 거래소 역시 문제될 소지가 많고 번거로운 이 일을 코스콤과 계약을 통해 위탁하고 있다,
오는 2011년 7월까지 코스콤 정보분배시스템이 거래소로 이양될 예정이긴해도 현재 코스콤측의 안일한 대응을 감안할 때 거래소의 결단이 필요하다.
코스콤이 1차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아무리 말해도 통제가 안된다"며 뒷전에서 `아우`만 탓하고 있는 건 `형님`된 거래소의 자세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