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미국 주택시장의 ‘호황’이 끝이 나고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부동산 위기였던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위기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기지 시장을 개혁하고 대출 건전성을 대거 높인 덕분에 당시 위기가 그대로 반복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WSJ는 지난 2006∼2009년 사이 미국의 집값이 28% 급락해 1100만 가구가 집값이 모기지 대출 원금보다 낮아지는 ‘언더워터 모기지’ 상태에 빠졌지만, 이번에는 집값이 40∼45% 떨어져야 같은 규모의 언더워터 모기지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모기지 소프트웨어·데이터·분석회사인 블랙나이트 조사 결과 지난 10월 현재 전체 주택담보대출자의 0.96%만이 집값보다 대출금이 더 높은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출 건전성 규제를 대거 강화한 덕분이다. 은행과 대출기관은 모기지 신청자가 대출을 갚을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많은 근거 자료를 요구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2008년 이후 ‘도드-프랭크법’으로 불리는 금융개혁법을 통해 금융 리스크를 줄였다. 규제당국은 상환 능력이 부족한 채무자에게도 대출을 허용하는 파생상품들을 없앴다.
신용등급이 낮은 채무자들을 유혹하던 변동금리 모기지 상품은 현재 신용 평가가 우수한 채무자만 이용할 수 있고, 소득 증명을 요구하지 않았던 대출 상품들은 모두 사라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고 다운페이먼트(대출이 아닌 현금으로 내는 일종의 계약금) 비율이 높아진 것도 금융시장의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