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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035720)나 네이버(035420) 같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기업결합(M&A)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플랫폼 독과점 대책을 내놓자, 인터넷 플랫폼 업계가 불안감에 휩싸였다. 플랫폼 기업의 주요 성장 전략인 M&A에 제동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칫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 중인 우리 기업과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심사 지연으로 인한 사업 차질 불보듯
지난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플랫폼 독과점에 특화된 제도 개선 및 법 집행 강화 방안’의 주요 대책은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연내 제정 △무분별한 사업 확장 차단을 위한 M&A 심사 기준 개정 등이다. 공정위가 이전부터 추진해온 사안이지만,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가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공정위가 플랫폼 기업용 M&A 기준을 세우는 건 ‘문어발식 확장’을 막자는 취지지만,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가 합병 자체를 막지 않더라도 심사를 지나치게 오래 끌고 가면 해당 기업은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거나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탓이다. ‘속도전’이 필요한 IT 플랫폼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숨죽인 업계…아마존 등 미 빅테크는 작년 M&A 최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카카오가 2017년 8월부터 현재까지 M&A를 신고한 62개 회사 중 53곳이 간이심사를 거쳤다. 이에 대해 김상훈 의원은 “경쟁제한성 심사 없이 신고 사실만 판단해 문어발 확장을 열어줬다”고 비판했지만, 업계에선 “플랫폼 기업의 M&A에 제동이 걸리면 자칫 글로벌 기업의 지위만 공고하게 만드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걱정도 한다.
빅테크 규제 논의는 미국, 유럽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공격적인 M&A로 성장해온 것도 사실이다. 금융 정보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의 M&A 건수(비공개 M&A 제외)는 2011년 이후 가장 많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장 많은 56건의 M&A를 진행했으며, 아마존과 알파벳의 M&A 건수도 각각 29건, 22건이나 됐다. 김 의원실 자료를 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지난해 M&A 건수는 각각 5건, 22건이었다.
공정위가 하려는 규제가 그간의 정부 기조와 상반된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정부는 ‘혁신 촉진 M&A의 신속한 심사’를 국정과제로 택했다. 때문에 업계에선 플랫폼 기업의 M&A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번 계획대로라면 오히려 플랫폼 기업 간 M&A 심사의 문턱이 높아진다. 스타트업(초기 벤처)업계에선 “스타트업의 ‘엑시트’ 통로가 좁아질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료 서비스로 가입자 수를 늘린 후 사업 모델을 접목해 M&A를 통해 성장하는 게 플랫폼의 속성이자 혁신 기업의 성장 모델”이라며 “지침대로라면 누구도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