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맛집도 폐업 직전, 하루 매출 9만8천원"…자영업자들 한숨만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2주 연장…내달 8일까지
"연장 예상했지만…더는 버틸 힘 없어 폐업 고민"
손님도 없는데 가게 비우고 검사 받아야해 '부담'
전문가 "방역조치 강화하되 자영업자 지원 필요"
  • 등록 2021-07-25 오후 2:41:18

    수정 2021-07-26 오전 1:20:55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TV에 맛집으로 소개된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하루 매출이 9만8000원뿐이네요.”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35년째 아귀찜 식당을 운영하는 김성희(76·남)씨는 지난 22일 하루 매출액이 ‘9만8000원’이라고 적힌 영수증을 내보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폐업을 고민 중이라는 김씨는 “4단계 연장을 예상했지만, 더는 버틸 힘이 없다”며 “이 와중에 선제검사까지 받으라고 하니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고 북받친 감정을 쏟아냈다.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단계인 4단계가 적용되는 첫날인 지난 12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에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2주 연장하자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코로나19 4차 대유행 대책으로 자영업자 등에게 선제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 대한 반발도 크다. 가뜩이나 손님도 없는데 가게를 비우고 검사까지 받으라고 하니 그동안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한꺼번에 터져버린 것이다.

매출 ‘반 토막’에 거리두기 4단계 연장까지 ‘설상가상’

코로나19 4차 대유행 확산세가 누그러지기는커녕 날로 거세진 탓에 25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다음 달 8일까지 2주 연장됐다.

사실상 ‘영업 중단’ 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는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주말에 한창 붐벼야 할 시장 골목은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지 오래됐다. 봉천동 현대시장 횟집 직원 김모(59·여)씨는 “12년째 일하는데 요즘만큼 힘든 때가 없었다”며 “어느 집이나 다 장사가 안 되니 타격이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조치로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제한돼 저녁 매출 급감을 견디다 못한 업주들은 점심 장사에 뛰어들기도 했다. 7년째 호프집을 운영 중인 김모(59·여)씨는 “원래는 저녁에만 영업했는데 손님이 올까 싶어서 점심시간에 문을 열었다”며 “매출은 반 토막 났는데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초조하다”고 털어놨다. 오픈 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는 맥줏집 업주 김모(35·여)씨도 “6시 이후에 3~4인 양 주문이 들어오지 않아서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며 “차라리 4인 제한이던 때가 그립다”고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코로나19로 손실이 눈덩이만큼 늘어나 진퇴양난이지만 차라리 ‘셧다운’이 내려져서 확산세가 잠잠해지기를 바란다는 이들도 있었다. 고깃집을 15년째 운영 중인 인모(64)씨는 “이렇게 찔끔찔끔해봐야 손해 입는 건 똑같다”며 “임대료 부담이 큰데 출입 명단을 보면 손님이 하루에 고작 4명뿐”이라고 말했다.

25일 서울 광장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지원도 안 해주면서 검사 명령만”…벼랑 끝 내몰린 자영업자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2주간 연장뿐 아니라 코로나19 선제검사를 받아야 하는 점도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이다. 서울시는 지난 7일 학원·음식점·카페·노래연습장·PC방의 영업주와 종사들에 대한 ‘코로나19 선제검사’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노래연습장·PC방은 오는 28일까지, 학원·음식점·카페는 다음 달 21일까지 선제검사를 받아야 한다. 만약 기간 내에 검사를 받지 않으면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고발조치 당하거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에서 가게까지 비우고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업주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영업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만 가는 정부의 요구사항에 지쳐 벼랑 끝에 내몰린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동작구에서 해물 찜 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60·여)씨는 “직원들이 (검사가) 아프고 무섭다며 싫어하는데 강요하기 멋쩍다”며 “전 국민이 위험한데 어느 집단만 골라 검사하라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원 A씨도 “증상도 없는데 이렇게 더운 날씨에 밖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게 불편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금지·제한만 있는 방역 대책 속에서 직격탄을 입은 자영업자와 중소상인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국자영업자단체협의회는 “정부는 자영업자 생존대책은 전혀 없이 4단계 거리두기 연장만을 발표했다”며 “국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부담을 임대인·자영업자·국가·지자체 등 전체 사회가 함께 분담하는 생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 위해서는 민간 협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영업금지·제한에 따른 선별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의 4단계는 과거의 2.5단계보다 낮아서 경각심이 떨어진 상태”라며 “대도시·여행지를 중심으로 방역수칙을 강화하고 자영업자들이 영업이 어렵더라도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재난지원금을 집중해서 나눠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국민의 (소득 하위) 88%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보다 자영업자 등 필요한 사람에게 줘야 한다”며 “단기간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 방안을 마련해서 자영업자들이 회생할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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