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4일 발간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인한 금융 산업 변화 가능성 점검과 시사점’에서 “영국 런던이 미국 뉴욕과 더불어 세계를 대표하는 국제 금융시장으로 자리 잡은 데는 패스포팅의 역할이 컸다”며 브렉시트 협상의 관건으로 패스포팅을 꼽았다.
패스포팅이란 EU 내 특정 국가의 감독기관에서 설립 인가를 받으면 다른 회원국에 금융회사를 세울 때 또 다시 인가 받을 필요가 없는 권한을 말한다.
패스포팅 권한 덕분에 금융규제가 완화한 영국으로 유수의 금융회사가 몰렸다. 유럽은행감독기구(EBA)에 따르면 EU 내 금융상품 투자지침을 따르는 기업 52%가 영국에 있고 EU에서 패스포팅 권한을 사용하는 기업 76%가 영국에 기반을 뒀다. 패스포팅 권한을 이용하는 기업 대부분이 영국에 있다는 얘기다.
정 연구위원은 “영국이 패스포팅 권한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유럽 사업의 본거지를 런던에 뒀던 금융기관이 유럽을 총괄하는 현지 법인을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도이치뱅크 내부 자료에 따르면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이 주요 사업부를 이동할 수 있는 금융회사로 꼽혔다.
이렇다 보니 금융서비스의 최대 순수출국이라는 영국의 지위도 위협 받는다. 지난해 영국의 금융서비스 순수출 규모는 967억달러로 미국 365억달러, 스위스 220억달러, 룩셈부르크 189억달러를 한참 웃돈다.
정 연구위원은 “영국의 대(對)EU 금융서비스 수출 의존도가 35%에 이르는데 EU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되면 영국의 금융서비스 수출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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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브렉시트로 국내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연구원은 판단했다. 영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은 7개, 증권사는 3개다. 은행은 그마저도 현지법인이 2개뿐이고 나머지 5개가 지점 형태다.
정 연구위원은 “영국 현지법인을 대상으로 대출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증권사의 경우 주요 영업 대상인 글로벌 금융사가 런던에 있고 영국 고객이 70~80%를 차지해 이동을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브렉시트 이후 금융서비스 영업망이 아시아지역으로 이전하는 등 금융지형이 개편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