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덕 위원장, 서브프라임 위험성 재차 경고

원내 통신망 통해 하버드대 교수 FT 기고문 필독 지시
일부선 ''의사소통 방식'' 문제제기…"시그널 뭐냐" 설왕설래
  • 등록 2007-09-03 오후 1:57:58

    수정 2007-09-03 오후 1:57:58

[이데일리 김병수기자]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이 美 서브프라임 문제의 국내 파급효과 및 위험성에 대해 재차 경고하고 나섰다.

3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김용독 위원장은 지난 주 금감원내 사내망을 통해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의 FT 기고문을 소개하고, 전 직원이 필독할 것을 지시했다.[로렌스 서머스 교수의 기고문은 하단 참고]

취임하자마자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안이한 상황판단에 질책을 한데 이어, 서브프라임 문제에 대한 두번째 언급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이 기고문에서 로렌스 서머스 교수는 과거 3년에 한번씩 발생한 금융시장의 혼란을 설명하며, '현재의 상황은 시장 전반적으로 자신감 과잉과 신용평가기관들에 대한 신뢰감 상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의 상황이 진정되고 있는지 여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으며, 금융부문에서 더 큰 파장이 있을 지 모른다'고 언급하고, '美 중앙은행(FRB)은 은행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차입비용을 줄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지만, 이는 효과없는 일일지도 모른다'며 '은행을 금융위기시 공적 금융기관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현명할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또 '과거 저축대부조합 파산사태에서 얻은 교훈은 단기 차입을 통해 장기 고정금리대출을 하는 예금보험 가입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었으나, 현재 유동화와 변동금리, 예금보험 미가입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이 일반화된 현행 시스템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스스로를 '모기지시장에서 영업하고 있는 프레디맥, 패니매 등 국책 금융기관들을 지원하는 정부의 준보증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중 하나'라고 소개하고 '다만, 지금 변동금리로 차입자들의 금리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이때, 당국자들이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 신용시장의 활성화를 저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어찌됐건 김 위원장이 스스로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로렌스 서머스 교수의 글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서브프라임 문제의 국내 파급 효과와 감독당국의 대처를 주문한 이번 의사소통 방식은 여러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서브프라임 문제가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 다소 안이하게 금융감독당국이 대처하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FRB가 나서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이미 밝혔고, 또한 '위기 때 당국자는 말을 아껴야 한다'는 시그널도 보냈다.

이번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의 기고문도 보기에 따라선 매우 광범위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 글이어서, 필독을 지시받기는 했지만 감독당국 책임자들로서는 김 위원장이 정말로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다소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감독당국 한 관계자는 "이 글을 통해 김 위원장의 분명한 메시지를 이해하기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위원장이 서브프라임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감독당국 차원에서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한 면밀한 점검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로렌스 서머스 교수의 FT 기고문(07. 8. 27)]
-지금이 페니매와 프레디맥이 나서야 할 때(This is where Fannie and Freddie step in)

1987년의 주식시장 붕괴를 시작으로, 지난 20년 간 3년에 한 번씩은 금융시장의 혼란이 있어 왔다. 1990년대 초반의 미국 저축대부조합(Savings&Loans) 파산과 신용위기, 1994년 멕시코 금융위기,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와 1998년의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 및 LTCM 사태, 2000년의 IT 버블 붕괴, 2001년 9.11 사태 이후 지급결제시스템의 혼란, 그리고 2002년 엔론 파산 이후 신용시장에서의 신용위축 우려(deflationary scare)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기록을 보았을 때, 2007년은 대규모 금융위기 발생시점이 지난 것처럼(overdue)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발생한 문제점들이 처음에는 그 파장이 제한적인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시장에서 가장 우량한 금융기관들의 신용도까지 의심받게 되고, 앞다투어 美 국채를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차츰 시스템 전반의 문제로까지 확산되어 갔다. 금융위기는 그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각각 다르지만, 문학작품에도 공통적인 이야기 구조가 있듯 금융위기 역시 공통의 구조(arc)를 따르고 있다.
 
첫째로, 투자자들이 과거에 성공을 거뒀던 투자전략을 맹신하게 됨에 따라,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차입수준이 높아지며 시장 전반적으로 자신감 과잉의 시기가 도래한다.
 
둘째로, 투자자들로 하여금 보다 안전한 자산을 찾게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현 상황에 놓고 본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문의 문제점 노출과 이에 따른 신용평가기관들에 대한 신뢰감 상실이 이러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투자를 회수함에 따라 리스크분석의 초점은 근본적 요인보다는 투자자 행태(investor behaviour)에 더욱 비중을 두게 된다. 먼저 일부 투자자들이 자산을 매각함에 따라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그 결과 다른 투자자들도 자산을 매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이면서 가격은 더욱 하락하기 마련이다. 매물이 쏟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하면서,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가격변동세가 이어지게 된다. 신용경색은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결국, 시간이 지나 충분한 가격조정이 있은 후에 극단적 공포심이 사라지고 시장참가자들이 다시 탐욕(greed)적 행위를 추구하면서, 시장은 원래 모습을 찾아가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은 1987년이나 1998년의 미국의 경우와 같이 수개월 내일 수도 있고, 1990년대의 일본처럼 1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오로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우리가 현재 이 사이클에서 어디쯤 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한주 동안은 시장이 정상화 되어가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이것이 단순한 반등인지 아니면 위기가 끝나가는 것인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금융부문에 더 큰 파장이 있을지 아직 모른다. 또한 지난 몇 년간 미국경제 성장의 주축이 되어 온 소비자신뢰 및 소비에 끼친 영향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책적인 교훈을 얻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일지 모르나, 금번 위기로부터 세 가지 정도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첫째로, 매우 높은 신용등급을 받은 채권들이 실제로는 위험하고 부도 위기에 있었다는 것이 알려짐에 따라,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이번 위기는 더욱 악화되었다. 신용평가사들의 잘못된 신용등급 책정이 복잡한 신용상품의 등장으로 과거보다 분석이 어려워짐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기업들이 신용평가사에 신용등급 책정에 따른 보수를 지불함에 따른 이해상충 때문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 멕시코 및 아시아 금융위기, 그리고 엔론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신용평가사들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였을 때, 은행의 자본규제기준이나 수많은 투자자 안내 지침 등이 과연 신용등급에 근거해야 하는 것일까? 만약 아니라면 과연 어떤 대안이 존재하는 것인가? 사베인스-옥슬리법은 엔론사태로 야기된 기업회계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데에 적절한 대응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신용등급 책정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어떠한 대응방안을 입법화(legislative response)하는 것이 적절한가?
 
둘째로, 정책 입안자들은 비은행 금융기관들과 관련된 이런 위기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가?
 
미국 금융시스템의 대전제중 하나는 은행들이 중앙은행(FRB)의 할인창구 및 지급결제를 이용하는 대가로 보다 철저한 감독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의 문제점은 은행들의 자본 부족 및 자금 조달 애로가 아니다.
 
그보다, 비은행들의 지불능력 약화가 더욱 큰 문제다. 이러한 지불능력의 약화는 비은행들의 경영여건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이런 비은행들에 대한 신뢰감을 상실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여 안전자산으로 도피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중앙은행이 은행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차입비용을 줄여 줌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고 하나, 이는 효과가 없는 일(pushing on a string)일지 모른다. 은행을 금융위기시 공적 금융기관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일까?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확대 및 규제 강화가 있어야 하는 것인가?

셋째로, 주택부문의 신용활성화를 위한 정부당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저축대부조합 파산 사태로부터 얻은 교훈은 단기로 차입하여 장기 고정금리대출을 하는 예금보험 가입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하는 것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동화(securitization)와 변동금리, 예금보험 미가입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이 일반화된 현행 시스템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
 
나는 모기지시장에서 영업하고 있는 프레디맥, 패니매 등 국책 금융기관들을 지원하는 정부의 준(quasi)보증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그렇지만 만약 그들의 영업 확장이 진정 필요할 때가 있다면 그것은 모기지시장의 유동성이 증발되고 있는 바로 지금일 것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이, 서브프라임 시장의 대출기준은 너무 오랫동안, 너무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 변동금리에 따라 차입자들의 금리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이때, 당국자들이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여 신용시장의 활성화를 저해해서는 안 된다.
 
만일 이번 신용위기로 인해 지금까지 나열한 문제점들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는 우리가 이번 위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프레디맥과 페니매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모기지론을 사들여 유동화하는 국책 금융기관으로, 美연방주택기업감독청(Office of Federal Housing Enterprise Oversight, OFHEO)의 감독을 받으며 현행 각사의 모기지론 보유한도는 약 7000억달러임.
-프레디맥과 페니매는 모기지 금융시장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자사의 모기지론 보유 한도를 확대해 줄 것을 감독당국에 요청하였으나 부시행정부는 이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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