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테마가 황우석 교수 파문으로 우울할 연말을 보내는 것처럼 엔터테인먼트도 연말이 순탄치는 못했다. 팬텀을 비롯해 여러 기업에서 주가 조작 혐의가 포착됐고 검찰 고발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열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일부 종목 관련자들이 주가 조작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우회등록하는 업체가 나오고 있다. 외국인의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관심도 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 테마주 가운데 왕중왕
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수익률면에서 단연 최고의 테마였다.
최근 증권선물거래소의 집계결과 지난해말부터 지난 19일까지 테마관련주들은 평균 212%의 상승세를 타며 주식시장 상승를 주도했다. 이들은 주식시장 전체보다 142.2% 상승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는 올들어 355.9% 상승하면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엔터테인먼트 테마는 지난 3분기에만 -3.3%의 약세를 보였을 뿐 1분기 79.8%, 2분기 87.7%, 그리고 4분기 상승률 96.9%라는 괴력을 과시했다.
종목중에서는 연초 1000원이 안되던 팬텀이 한 때 4만원을 넘어서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반기 들어서는 장동건 소속사와 주식교환을 결의한 반포텍이 12일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엔터테인먼트 테마의 선두에 섰다.
반면 바이오는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올해 코스닥의 양대 테마를 형성했지만 실익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올들어 12월19일까지 바이오 테마의 상승률은 103.7% 오르는 데 그쳐 전체 테마 상승률의 절반에 그쳤다.
◇ 우회상장 `불야성`
한류가 바닥을 기던 엔터테인먼트업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이동통신업계는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몸값을 한껏 높여 주었다. 또 엔터테인먼트 업체 자체적으로 대형화 바람이 불면서 활발해진 업체간 인수합병은 또다른 기대를 낳았다.
예당과 에스엠엔터테인먼트가 한류의 대표적인 수혜주로서 엔터테인먼트 테마의 기반을 닦았고 SK텔레콤이 IHQ와 서울음반, 그리고 KT그룹이 싸이더스FNH에 출자하면서 엔터테인먼트가 본격 인수합병 국면에 접어 들었다.
3개 회사가 합쳐진 팬텀은 산업화와 엔터테인먼트 자체적인 M&A의 신호탄으로 작용했고 여리인터내셔날, 케이앤컴퍼니, 튜브미디어, 호스텍글로벌 등의 후속타가 연달아 터졌다.
특히 팬텀은 `멀티 M&A`라는 엔터테인먼트 우회상장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연예 매니지먼트 2개 회사와 영화 투자배급회사 1개가 합쳐지고 있는 엠에이티가 팬텀 이후 `멀티 M&A`를 추진하는 대표 종목이다. 엠에이티와 지분관계로 엮어진 헤드라인정보통신도 개그맨 매니지먼트와 합병을 추진하는 등 갈수록 멀티 M&A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또다른 국면은 특급 연예인을 보유하고 있는 기획사의 코스닥 우회상장이다. 장동건이 소속된 스타엠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 송윤아 소속사인 정호코리아, 이효리 소속사인 디에스피엔터테인먼트 등도 이러한 부류에 속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장외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간판을 달고 있는 모든 업체가 잠재적 코스닥 우회상장 회사로 분류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코스닥 우회상장을 추진할 의사가 없음에도 우회상장을 추진한다는 루머가 돌아 해당 회사 관계자들이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을 정도다.
◇ 끊임없는 주가조작 시비..수익성 확보 시급
지난 11월말 증권선물거래위원회는 엔터테인먼트 대장주인 팬텀의 대표이사와 대주주 등 회사 경영진 3명을 시세 조종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결정을 내렸다. 너무 짧은 시간에 가파르게 상승, 의혹의 눈길은 많았지만 증선위가 구체적 혐의를 잡고 나선 것이다.
팬텀에 이어 스펙트럼DVD의 경영진도 경영권 변동 과정에서 주가 조작을 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특히 스펙트럼의 경우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시세 조종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해당 당사자들은 주가 조작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고 또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이 급작스레 주식을 파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여전히 테마가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체중 상당수는 짧은 시간에 갑자기 올랐다는 점에서 감독당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부담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업체에서 소속 연예인들을 증자에 참여시키는 형태로,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관심을 받아 제 2의 스펙트럼의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혹의 눈초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익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시간이 흐를만큼 흘렀다는 점에서 이제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할 상황이다.
연예인의 인기와 소속사의 주가를 등치시키는 것은 금물이다. 예를들어 반포텍이 주식교환을 결의한 장동건의 소속사인 스타엠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장동건이 일반에 알려진 만큼 소속사도 돈을 잘 벌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친 비약이라는 지적이다.
스타엠엔터의 경우 올해 83억1000만원의 매출을 올리지만 영업손익은 1억8800만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데, 그럼에도 내년에는 481억9400만원 매출에 65억2200만원의 경상이익이라는 장밋빗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시현되지 않을 경우 업체 전반에 대한 신뢰성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예인을 보는 것과 연예인이 소속된 회사를 보는 것은 결코 같지 않다"며 "연예인의 인기에 현혹돼 무턱대고 장밋빛으로 봐서는 뒷감당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