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 시장의 핵심이 될 하이브리드카를 놓고 본격적인 개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현대자동차(005380) 등 국내 업체는 도요타와 반도요타 진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에 있다.
현대차의 경우 하이브리드카를 독자 개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막대한 투자비와 상품 개발 노하우의 부족을 해결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합종연횡
BMW그룹, 다임러크라이슬러, GM은 7일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스템 개발을 위한 공동 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GM과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이미 8월22일 최종 계약에 서명했으며 이날 BMW그룹이 동의안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함으로써 3자 연합이 완성됐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GM과 다임러, BMW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자이지만, 하이브리드카 분야에 있어서는 협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당초 GM은 저속 시내 주행시에는 전기 모터를, 고속 주행에서는 기존의 내연기관을 이용하는 하이브리드카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GM은 미래 자동차 연구의 중점 과제로 수소를 연료로하는 연료전지에 집착했다.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들도 고유가 시대를 대비한 디젤 엔진 개발 등에 주력했다.
GM, 다임러, BMW 등은 도요타의 독주에 당황, 하이브리드카 쪽으로 전략적인 노선 변경을 결정하게 된다. 결국 3자 연합에 이른 것이다.
◇도요타 따라잡기?
글로발 자동차 업계의 합종연횡 구도에서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은 단순한 구경꾼에 불과하다. 빅 메이커들 사이의 개발 경쟁에 뛰어들기에는 자본력, 기술력이 모두 떨어지기 때문.
현대차의 경우 1995년 첫 하이브리드카를 선보였다. 지금까지 약 1000억원 가량을 투자, 모두 6종의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106억원을 들여 클릭 모델로 하이브리드카를 만들었다. 이 모델은 환경부와 경찰청에 납품됐다. 올해도 환경부에 베르나 모델을 350대 납품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2010년까지 하이브리드카 30만대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어떤 차종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현대차 그룹이 전날 준공한 `현대·기아자동차 환경 기술 연구소`에서도 연료전지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핵심기술을 개발한다고 하지만 하이브리드카 기술은 단시간내에 습득될 수 없는 첨단 기술이다. 그렇다고 BMW-다임러-GM 연합 진영에 참여하거나, 도요타 진영에서 기술을 가져오는 것도 쉽지 않다.
◇경쟁을 이용한 기술습득
삼성증권의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 김학주 팀장은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연료전지에서 하이브리드카로 선회하면서 연합체를 형성했지만, 하이브리드카 기술이 특정 그룹에 의해 독점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그룹에서 기술 개발을 하고, 투자비를 회수할 단계가 되면 현대차가 적절한 댓가를 지불하고 기술을 사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것.
김 팀장은 "현대차가 하이브리드 개발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해당 기술을 자동차에 매력적으로 장착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요타의 프리우스가 수많은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기술개발과 개발된 기술의 적용 사이의 공백을 최소화시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