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오전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방문해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대응 상황 등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행정안전부. |
|
[이데일리 이연호 김가은 기자]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 간 세계 초일류를 자처하는 대한민국 전자정부가 사실상 멈추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8일 소집한 긴급회의에서 “이번 행정 시스템 장애는 재난에 버금가는 초유의 사태”라면서 “많은 국민께서 불편·혼란을 겪으신 데 대해서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부는 지난 17일 발생한 시도 지방행정정보시스템(시도 새올행정시스템·이하 새올)과 정부의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 서비스 중단 사태를 19일을 기점으로 가까스로 서비스 정상화에 나섰지만, 재발 방지책 마련은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 특히 정부는 장애 원인도 파악하지 못한 채 뒤늦게 “네트워크 장애”라고 밝힐 정도로 우왕좌왕했다. 정부24는 장애 하루 만인 18일 오전 임시 재개됐지만 새올은 17일 오전 8시 40분부터 19일 오후 5시까지 50여시간 동안 정상작동이 어려웠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무능도 이 정도면 올림픽 금메달감”이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조속한 대책마련을 다짐했다
대한민국은 지난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디지털정부 평가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이번 사태로 사상누각이 돼버렸다. ‘새올’이 인증 장애로 셧다운되면서 읍면동 주민센터의 민원 서류 발급이 전면 중지되면서 국민들은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연간 1200만 명이 사용하던 온라인 민원포털인 ‘정부24’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행정망 마비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는 비상 매뉴얼도 없이 우왕좌왕한 것은 물론 흔한 문자 메시지 안내 없이 아마추어 같은 수습 행태를 노출했다. 올 들어서만 지난 3월 법원 전산망, 6월 나이스(NEIS·교육 행정 정보 시스템) 먹통에 이어 세 번째 국가 기관의 전산망 불통 사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0일 서울시 세종대로 정부 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이번 장애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이 같은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며 “또 이번 서비스 장애로 인해 국민들이 겪은 불편에 대해서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기동 차관은 “민간 전문가와 정부·지자체·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며 “분야별 개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체계를 개편하고 혁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정부 최고라고 하면서 며칠 동안 원인 파악을 못한 것은 위기”라면서 “위기관리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전체 서비스의 핵심 분야는 정부가 유지하되 비핵심 분야는 민간에 운영을 위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